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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03. 2021

독일 IT 취업 : 코로나 백신 접종

가족들과 함께 코로나 백신(AZ) 접종을 했습니다.

한국에 양가 부모님이 계신 관계로, 한국의 코로나 관련 뉴스를 1년 반동안 꾸준히 체크를 해왔었는데 확실히 한국의 코로나 방역 성과는 굉장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다. 코로나 초기, 유럽의 참담한 방역 실패로 인래 2020년 3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락다운이 진행되어 왔고 긴급 조치까지 발령된 상태였다. 독일은 6월 4일부터 긴급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급격히 코로나 확진자가 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독일은 약 42%의 인구가 1차 접종 이상을 한 상태이다. (참고로 한국은 인구의 약 12%가 1차 접종 이상을 한 상태) 이 글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한국의 완승), 독일은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독일의 경우 나름 꽤나 눈에 띄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최근까지 확진자 수가 몇만명씩 이어져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작년 12월부터는 락다운을 실시해서 헬스장과 같은 곳은 6개월 가까이 오픈하지 못했고, 생활 필수 업종인 식료품점, 생필품 판매, 약국, 주유소, 안경점, 서점(!), 꽃집(!)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은 일괄 봉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 다시 쇼핑도 가능하게 되었지만, 백신 2차 접종후 14주 지난 사람이나 백신 감염후 완치자 (6개월 미만), 백신 감염후 완치자가 백신 1차 접종후 14주 지난 경우 등의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코로나 음성 테스트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집사람과 딸내미가 쇼핑을 하러 가면 먼저 쇼핑 센터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간이 검사(약 30분 소요)를 받은 다음 샵에 음성 결과를 제시하고 입장한다. 회사에서도 출근을 하는 직원들에 대해서 일정 기간 마다 HR에서 간이 테스트 키트를 주고 음성 결과가 나와야만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양성이 나오면 무조건 PCR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 아들내미가 다니는 김나지움에서도 학생들을 2팀으로 나누어 격주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거나 시험을 보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코로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연방 정부, 주정부는 수시로 코로나 관련된 회의를 열어서 (일요일에도!) 현재 상황에 맞게 긴급 봉쇄 조치를 내리거나 해제하는 등 굉장히 기민하게 움직여왔다. 그래서 독일인들조차 현재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번 바뀐 지침을 일일이 확인을 해서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한예로, 최근에 회사에서 진행했던 서브 프로젝트가 나름 성과를 내고 마무리가 되어, 그것을 축하는 바비큐 파티를 열었었다. (이 당시엔 5인까지만 모일수 있었고 다행히 서브 프로젝트 참여자는 딱 5명이었음) 이때 우리를 자신이 임대하여 가꾸고 있는 정원에 초대한 독일인 동료가, 참석자들이 모이자 간이 검사 키트를 테이블에 딱 올려놓더니 다 모였으니 먼저 테스트를 해야한다고 했다. 상상을 해보라. 술먹고 놀기 위해 모인 성인들이 다같이 모여서 간이 검사 키트로 코를 헤집으면서 테스트를 하는 모습을. 아무튼 다행히 참석자 전원이 음성으로 나와서 무사히 바비큐 파티를 즐길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독일인 다운 모습인듯 하다. 이렇게 수시로 코로나 방역 지침이 업데이트 되고 모두가 그것을 순순히 따르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확진자가 매일 나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얼마전 회사 HR에서 팀 리드에게 언제부터 정상 출근을 어떤식으로 시작 할 것인지에 대해서 팀원들과 상의해보라고 한것 같다. 팀 회의때 어떻게할 것인지 물어서 내 경우에는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이후에 이전과 동일한 정상 출근을 할것이라고 대답했다. 그전까지는 가급적 홈 오피스를 하고 필요할때만 사무실에 나오겠다고. 다른 동료 역시 8월쯤이면 2차 접종이 끝날것 같으니 그 이후부터 정상 출근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었고, 그럼 그 전까지는 계속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미 1년 3개월 정도를 재택 근무를 해왔는데, 앞으로 3개월 정도는 더 공식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셈이다. 3, 4월의 경우에는 월 1회 출근을 했었고 5월에는 주 1회만 출근을 했었다. 팀 리드의 경우에는, 재택 근무를 하면서도 업무의 생산성은 동일한 수준이었다고 평가를 하면서 HR에서 말하길 재택 근무를 하게 되니 병가의 사용 빈도가 그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나 역시 출퇴근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보니 병가를 거의 내지 않았던 것 같고, 재택 근무 덕에 코로나 감염의 위험도도 현저히 줄어서 가정의 건강에도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참고로 독일 정부에서는 재택 근무 권고를 6월말쯤에 종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은 6월 7일부터 백신 접종 우선 순위가 해제된다. 그러나 베를린이나 브란덴브루크 등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접종 우선 순위가 해제되어서 주변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하나둘 증가하기 시작했다. 회사 HR에서도 백신 접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만일 회사 닥터를 통해서 백신 접종을 할 경우 참여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공유된 백신 접종 정보를 참고하여 접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해서 쉽게 백신 예약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가정의 선생님 역시 백신 접종에 그다지 적극적이신 것 같지 않았고, 몇번 전화를 할 때마다 2주후에 다시 전화해보라는 식의 답변이 들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집사람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한국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성공 사례가 공유되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병원 예약을 위해 사용하던 doctolib.de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백신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접속해서 둘러보던 중 브란덴브루크의 산부인과에서 다음날 오후 3개의 예약이 떠있는 것이 아닌가? 허둥지둥대면서 그 중 2개의 예약을 잡는데 성공하였고, 이후 1개의 예약이 더 떠서 (아마도 누군가 취소한것인듯) 나머지 한개도 더 잡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왕복 120km를 운전해서 갔다와야 하는 거리였지만 생각보다 빨리 코로나 백신(AZ)를 접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날 차를 몰고 전형적인 작은 마을들을 관통하는 시골길을 따라서 한시간 넘게 달려가서 어느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아담한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이미 백신 접종을 예약한 듯한 사람들이 차를 몰고 와서 주차를 하고 있거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만 유달리 호들갑을 떨면서 그 먼거리를 달려왔다고 지레 짐작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서 차를 몰고,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것이었다. 한 독일인 가정은 우리처럼 가족들이 함께 백신 접종을 하러 왔는지, 신나게 인증샷을 찍더니 기분좋게 가버렸다. 우리도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보니 작은 병원임에도 빠릿하게 일을 잘하는 간호사가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접수를 하고 작성할 서류를 주었다. 서류 작성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니 잘생긴 젊은 의사가 역시 친절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해주었다. 전날 예약시에 이미 2차 접종 (8월초)까지 예약이 된 것이라서 10분정도 기다리다가 문제가 없으면 집으로 가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10분 이상을 대기하다가 우리 가족도 인증샷을 찍고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1년반 동안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조심조심 살아왔다보니 이렇게 백신을 맞고, 8월초에 2차 접종까지 확정되니 왠지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나 할까. 


<기타1> 아이들은 한국에서 영문/한글로 발급해온 예방접종증명서를 이용하여 예방접종책자(Impfbuch)를 가정의 선생님이 이미 만들어준 상태여서, 딸내미는 TK카드와 Impfbuch를 냈지만 우리 부부는 따로 만들어 둔 Impfbuch가 없어서 각자의 TK카드만 제출했다. 이번에 방문한 병원에서 새로 Impfbuch를 만들어주고 거기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정보를 기재하고 고유번호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이걸 만들어달라고 해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알아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개인적으로는 전산으로만 관리하다보니 증명서를 떼봐야만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 방식보다, 각자가 자신의 예방 접종 내역을 상세하게 기재하고 접종한 주사의 고유번호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놓은 Impfbuch를 가지고 있는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기타2> 연초에 집사람이 친구의 소개를 받은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해야하는지 검사를 받으러 갔었는데, 다행히 임플란트를 할 필요 없이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약 3000유로 정도 치료비가 나오는데 그중 2000유로 정도는 TK 공보험에서 지불해주도록 요청을 하고, 나머지 1000유로 정도만 우리가 지불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TK에서 승인 우편이 오지 않아서, 담당의사가 직접 확인 해보니 자신의 서류 작성 실수로 제대로 처리가 안되었다며 새로운 치료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고 한다. 그래서 TK의 전문평가자가 집사람이 해당 치료를 꼭 받아야하는지에 대해서 평가를 하기 위해 곧 연락을 해올것이라 한다. 시간도 걸리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치과 치료에 공보험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원해줄수 있다니 이정도 불편함은 감수할만하지 않겠는가.


작년 가을에 독일 남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을 끼고 있는) "보덴 호수(Bodensee)"로 휴가 여행을 가려고 했다가, 휴가 직전에 베를린의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바람에 타지역으로의 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한적이 있었다. 이번 7월 중순에 다시 보덴 호수를 방문하기 위해 호텔 예약을 마쳤었는데, 이렇게 빨리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할수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다. (물론 2차 접종까지 마친게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음성 결과 제출은 필수) 부디 이번 여름 휴가는 문제 없이 기분좋게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란다. 2차 접종을 마친 다음인 10월쯤에는 결혼기념일을 맞아서 예전에 계획했던 프랑스 보르도 여행을 다시 도전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그마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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