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지금은 충전이 필요한 시점
회사를 다니며 임신 시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1년 동안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적은 일을 하기로 했다. 회사 스트레스라도 줄이면, 마음이라도 편해지면, 그렇다면 곧 생길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난 회사를 그만두고 어리석게도 사업을 시작했다. 거창한 사업도 아닌데 대표가 되니 할 일이 태산이었다. 일개 직원일 때는 몰랐던 것까지 모두 해야 해 스트레스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결의 스트레스를 또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출산 후에도 계속 일을 하다 멈추었다. 아이가 걸어 다니고 점점 내가 엉덩이를 붙여 컴퓨터를 하는 것이 버거워지니 자신이 없었다. 잠을 줄여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너무 피곤했다.
멈추고 보니 조금은 후회가 된다. 멈추지 말걸. 도와달라고 할걸.
직장 다닐 때처럼 휴가를 쓸 수 없으니 내가 모든 것을 멈추어야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멈추었지만 다시 시작이 꽤 어려워졌다. 모든 걸 멈추니 힘들게 올라갔던 오르막을 다시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사이 오르막은 더 가파르고 장애물이 많아졌다. 눈앞이 캄캄하다. 사실은 바닥을 내비친 자신감과 두려움에 주춤하는 걸 지도 모른다.
일기 쓰기를 참 좋아하던 나였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혼자 나의 마음을 적어 기록하는 일말이다. 맞춤법이 틀려도, 문법이 이상해도, 문맥이 이상해도 어느 하나 뭐라 하지 않는 일기를 참 좋아했다. 결혼 후엔 일기를 적지 않았다. 나의 마음을 그리고 고민을 털어놓을 평생 동반자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의로 멈춘 것이 아니라 적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치지는 건 나나 남편이나 매 한 가지였다. 우리는 지쳤다. 서로의 마음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어렵게 이야기해도 예전 같지 않은 반응에 서운함만 커질 뿐. 암묵적으로 우린 점점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을.
말로 하는 표현을 멈추고 보니 다시 일기를 적었다.
종이에 펜을 잡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온전히 글로 적어보니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나를 연구하고 나를 다독여주는 시간이 꽤 길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피드백도 필요하지만 우선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내려 한다. 피드백이 두려워 솔직하지 못 할바에는 홀로 일기를 적는 편이 낫다고 본다.
MBTI 검사를 하면 E가 나오던 나였지만 최근에는 I가 나왔다. 주변에서는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20대에는 넓은 인맥이 좋다며 먼저 다가가고 인간관계에 적극적이었다. 덕분에 주 5일이 항상 약속으로 꽉 차는 바쁜 사람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누군가를 맞추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나를 위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엄마로, 아내로 살다 보니 아이에게 맞추고 남편에게 맞추고 그러다 보면 나는 항상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시킨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그러고 있는 나를 돌아보니 내가 무척 짠했다. 그래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혼자가 되는 그 시간을 아주 소중히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누군가를 만나 상대를 배려하고 내가 원치 않는 일을 함께 하는 것보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게 더 좋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멈추었더니 나를 더 챙기게 된다.
멈추고 보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강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나약했고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도와줄 누군가가 굉장히 필요했다.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두려움이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홀로 되지 않는다면 도움을 청해야겠지.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모든 것을 멈추고 내 삶에 집중하는 지금.
나를 위한 이 시간을 오늘도 지킨다.
완벽한 삶이라면 이렇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겠지.
부족한 삶이기에 한번 더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