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테이블에서 수학 문제를 풀던 아이가 설거지하던 나를 불렀다.
“엄마, 이거 깨트린 금액을 한 번 더 빼는 거야?”
물 묻은 손을 대충 닦고 아이에게 갔다.
21. 한 개에 70원 하는 달걀을 500개 샀는데(35,000원 지출했어), 오는 길에 100개를 깨트리고(400개 남았네, 이미 지출은 다 끝난 돈이고), 남은 달걀을 120원에 팔았다(400 곱하기 120이니까 수익은 48,000원). 이익금(수익 48,000원에서 달걀 산 돈 35,000원을 빼야 이익금이야)을 한 사람당 1,625원씩 나누어 가졌다면 모두 몇 명이 나누었을까? (13,000원 나누기 1,625원이니까 계산해 봐, 몇 명이야?)
아이의 계산이 쉬이 끝나지 않았다. 조심 좀 하지. 달걀을 100개나 깼으면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나겠다. 5분의 1이나 깨 먹었으니 아까워서 어쩐담. 70원 하는 달걀을 120원에 팔았으면 한 개에 이윤이 50원이나 된다는 건데 사장님은 판매 금액의 40%가 넘게 버는구나. 그런데 그렇게 팔아서 한 사람이 고작 1,625원씩 갖는다니 언제 소고기 사 먹고 언제 집 사나. 장사는 여럿이 동업하면 많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더니. 여기서 깨트린 금액을 한 번 더 빼는 건 너무 잔인한 처사 아니니. 달걀을 깨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그러면 1,500원씩 더 벌어서 더운 날 월드콘이라도 하나씩 사 먹었을 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베란다 밖을 내려다봤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산책로의 주황색 가로등 아래 퇴근하고 오는 젊은 부부가 월드콘을 먹으며 자전거도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깨진 달걀을 치울 생각을 하자 머리가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