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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스카 Jul 03. 2022

#7 나는 이제 그만 열차에서 잠시 내려오기로 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장 폴 사르트가 이야기했다. 모든 건 내가 선택하는 것이기에 좌우 보지 말고 내가 선택한 삶을 즐겨라. 맞다. 내가 이 지옥 같은 회사로 온 것도 다 내가 선택한 삶.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맞다.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즉 이 지옥 같은 회사로 옮기기로 한 나의 순간적 결정. 이전 회사에서도 나름 보장된 커리어 경로와 잘해주고 친한 상사, 그리고 정말 마음이 통하는 수많은 동료들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파견을 5년 다녀와서 거기서도 나름 적응 중이었지만 나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회사에서 오퍼가 왔을 때 선택을 했다. 사실 이전에도 2~3번 오퍼가 왔었지만(같은 곳) 그때의 상황이 맞지 않았기에 그리고 나를 파견 보내준 회사와 사람들에 대한 신의성실이 있었기에 생각만 했지 결정할 수 없었다. 그때도 생각은 했다. 나중에 오퍼가 온다면 한번 가보기는 하는 것으로.


 실제로 작년 가을에 오퍼가 왔을 때 고민은 1시간이면 충분했다. 사실 언젠가 오퍼가 온다면 한 번 도전해보기로 나름 결심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세상과 전혀 다른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은 하고 삶을 마감해야 하지 않겠나. 그 생각뿐이었다. 예전에 루이 암스트롱도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도 나와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 지구가 아닌 행성에 발을 디디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얼마가 위험할지도 전혀 몰랐기에 두려움도 컸겠지만 오지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에 인간을 달까지 가게 한 게 아닌가. 나도 그랬다. 이전 회사의 상사에게 오퍼가 온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두려웠다. 새로운 회사로 가서 얼마 안 되어 퇴직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가겠노라고. 가서 새로운 회사가 대체 무엇을 만들고 거기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겠노라고. 나는 그런 삶을 살겠노라고. 결국 그게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던 것 같다. 그게 나의 자아실현 아닌가 싶다.


그래 내가 선택한 이 회사. 당연히 슬프고 불행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처럼 일에는 항상 기쁨과 슬픔이 있었다. 제일 기쁜 건 같이 일하던 동료 3명. 1명은 나보다 한 살 많았던 프로님이었고, 한 명은 이 회사에 오래 자리를 지키던 프로님, 그리고 나머지 한 분은 파일럿을 꿈꾸는 신입사원. 다들 착하고 밝았으며 어떤 일이든 같이 손잡고 일할 각오가 되어 있던 대단한 분들이었다. 나는 그 셋의 리더 역할을 했지만 그분들에게 내가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이 회사에서 가장 기뻤던 건 그런 동료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그게 제일 기뻤다. (슬픔은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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