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은 설명이 없다.

by 닥터나솔



우리, 라는 표현을 감히 써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분명 우리였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15살부터 45살까지, 거의 30년을 함께 한 친구였으니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고등학생 때 그 친구에게서 받아본 첫 생일선물.

프리지아 꽃.

머리 속에 각인된 그 꽃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쓰라리다.




같이 오랜 시간을 공유했다.

서로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에 가고, 서로의 연애와 커리어를 상담해주고, 결혼을 축하해주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그 친구가 타국으로 이사 간 후에도 휴가를 내어 찾아갈 만큼 진심이었다.

항상 그 친구에게 진심이었고, 그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카톡도, 메일도, 전화도. 모든 게 차단됐다.

이유를 물을 수도 없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느 날, 그 사람은 내 삶에서 사라졌다.



마지막 메일, 3년이 지난 지금도 한 글자 한 글자 외우고 있다.

"내 신변엔 문제없고 잘 살고 있으니 그런 걸로 걱정하지 말고 네 인생에 집중하며 잘 지내길. 네가 보고싶을 때마다 볼 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으니 이만하자."

차가웠다.

그리고 명확했다.




3년 동안 자책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계속 고민했다.

때로는 울기까지 했다.

그 친구를 마음속에서 놓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관계는 두 사람이 만드는 거다.

한쪽이 떠나면, 그냥 없어진다.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상대가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어쩔 수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




어떤 이별은 설명이 없다.

그게 더 아프긴 하다.

이유를 알면 정리가 되는데, 모르면 계속 남는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설명이 없어도, 이별은 이별이다.




그래도 가끔은 궁금하다.

너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그 밝은 웃음으로 살고 있을까.

혹시 나도 가끔 생각나는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너에게 좋은 친구였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그리고 너도 내게 좋은 친구였다.

비록 끝이 이렇게 됐어도, 함께했던 시간들은 진짜였으니까.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나는 여전히 궁금해.

그리고 여전히 너의 행복을 바라.

언젠가 네가 준비되면, 그때 다시 연락해도 괜찮아.

문은 열어둘게.

하지만 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것도 너의 선택이니까.




어떤 이별은 설명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계속 내 길을 간다.

너도 네 길을 잘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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