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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May 26. 2020

사이공간 아트스튜디오

글 by 문미희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네비게이션에 주소만 찍고 무작정 찾아간 곳. 솔직히 처음엔 약간의 경계하는 눈빛이 느껴져서 바짝 긴장되었지만, 몇마디 나누다보니 바로 좋은 사이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사이공간’ 속으로.     


♬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날씨가 말 다했다고들 하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요즘 맑은 하늘에 또렷이 보이는 한라산, 파란 바다와 범섬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마을. 수십년을 봐도 이렇게 설레고 심장이 뛰는데  어쩌다 여행 와서 마주친 이 풍경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하겠다.

없던 감성과 낭만도 몽글몽글 피어날 법한 곳에 딱 어울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화실이 있었다.    

  

Q. 오늘 5월13일인데 저기 5.10. SUNDAY MEMBER'S DAY?  혹시 뭐 잘못된건 아니죠?


한달에 한 번 멤버스데이라고 이날은 하루종일 오셔서 맘껏 그리고, 쉬고, 차도 마실 수 있도록 오픈해두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전시회도 하고 있는데요, 그때에는 1,2층 공간 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도 멤버들의 그림을 전시해서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5월은 지난주 일요일이 바로 그날이었고 의도한건 아니고 즉흥적으로 한건데 날씨가 좋아서 야외에 전시를 했는데 좋았어요.     


Q.여기는 아무나 올 수 있나요?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수강생이 아니고 멤버님(?)멤버라고 하시나봐요


현재는 20대~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분들이 참여하고 계세요. 저희가 입시학원과 달리 성인분들로만 이뤄져있어요. 대부분은 그림이 전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아예 그림을 접해보지 않았다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그림이 좋아서, 취미생활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시고 꾸준히 즐기고 계시고요. 거의 다 동네 주민분들 서귀포 시민이시고 1년 이상 되신 분들이 많다보니 이젠 가족처럼 편안하고 서로 챙겨주는 느낌도 들고 서로 집에서 만든 음식도 나눠먹고 초대도 해주시고 공동체 느낌이랄까 그렇네요.     


아예 그림을 접해보지 않았다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Q. 성인분들로만 있으시면 프로그램이나 과정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저희는 커리큘럼이 따로 없어요. 오늘은 데생, 오늘은 수채화, 이분은 처음 오셨으니 선 그리기부터 몇 회하고나서~ 이런게 전혀 없어요. 소재라던가 그리고 싶은 주제도 다 각자 원하는대로, 생각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요. 같은 시간에 앉아 있지만 다 개성에 따라 색연필로 하시는 분, 물감을 사용하시는 분, 유화로 하시는 분이 있고 종이에 하시거나 캔버스에 하시거나 크기도 각양각색. 화실에 있는 재료를 맘껏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셔서 하실 수 있어요.     


각자 원하는대로, 생각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요


Q. 그럼 저처럼 그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안되겠네요ㅠㅠ


말씀드렸듯이 여기 오시는 분들이 거의 그림하고 관련이 없던 분들이세요. 일단 처음 오시면 대화를 많이 해요. 어떤걸 좋아하시는지, 어떤 색감을 좋아하시는지, 어떤걸 그려보고 싶으신지, 혹시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그림이나 원하는 이미지와 그림이 있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서히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같이 옆에서 도와드리면서 시작하는거죠~ 성인들이고 개개인의 역량이 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반복훈련, 연습을 하는게 아니라 옆에서 살짝 조언만 해드리는 경우도 있고 배치만 살짝, 아니면 붓터치에 대해서만 조언해드리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밀착해서 자세히 지도해드리는 경우도 있지요.     


 일단 처음 오시면 대화를 많이 해요.


Q (저처럼 미술이라는 단어만 봐도 긴장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되지만)그림, 미술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걸 느끼시나요?


여기오시는 분들이 정말 다양해요.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피곤할텐데도 들려서 잠깐이라도 그리다 가시는 분도 있고, 아기엄마인데 아기 잠깐 맡기고 오시는 분, 퇴직하시고 자기만의 취미활동으로 즐기시는 분, 의사선생님도 계시고 생전 처음 그림 그려본다고 하시는 분 아무튼 전공자들이 아니고 저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하시면서 오신 분들인데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걸 보면서 흐뭇해하시는게 보여요. 나도 그릴 수 있구나, 내가 완성해내다니 하는 만족감과 뿌듯함과 성취감이 주는 행복이 큰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내가 그린 그림으로 전시도 하고 사람들이 와서 봐주고 잘 그렸다고 칭찬도 해주니 너무 신나는거죠.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이나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서 선물도 하고 평소에 아끼는 물건이나 풍경을 내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 그리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즐거움을 느끼시죠.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이니 서투르고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과 망설임도 있었지만 하면서 용기를 얻고 주위에서 잘한다고 호응해주시고 반응이 좋으시니 스스로 대견해 하세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그림을 대하는 마음도 다르신거 같고요. 요즘은 친구들이 너도나도 자기네 그림도 그려달라고 주문(?)도 들어오고 있다더라고요~^^      


나도 그릴 수 있구나, 내가 완성해내다니 하는
만족감과 뿌듯함과 성취감이 주는 행복이 큰 것 같아요. 



Q.화실이라 그림이 많긴한데  느낌이 다 다르네요?


여기 원래 제 그림이 여러 개 있었는데 이제 다 저희 멤버들 그림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기의 일상을 표현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남편과 한라산 등반하는 모습,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낚시 하시는 모습,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실에서만 그리는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셔서 집에서도 그리시는 분, 겨울에 매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봄에 활짝 핀 매화꽃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그림도 있고요, 소소한 일상들이 다 그림속에 보이시죠.     


Q. '사이공간‘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사이공간은 제 작품명인데요(‘사이공간’의 대표 김진숙 화가)‘사이공간 블록쌓기’ 라는 이름으로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했었어요. 작품명이기도 하고 이 공간하고도 어울릴 것 같아서 그대로 쓰게 됐어요  

   

Q. 앞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요~


지난번에 북토크를 했었는데 멤버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여기서 실기만 하다가 이론강의인데 재밌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또 해달라는 요청도 있으시고요. 해서 미술사, 미술이론강의도 준비중이고요, 바자회도 준비했으나  나름 이것저것 구상하고 있던 계획들이 코로나로 인해 다 멈춤이네요. 야외전시도 상시로 해보자고 계획중이고요.


저희가 분기에 한번 정도는 전시하고 동네분들을 초대해서 같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동네분들과의 교감과 어우러지는 시간도 상당히 중요하고 저희도 그렇지만 알고보니 동네분들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성인이 된 지금도 수학보다 미술이, 어린아이가 뭘 좀 그려주세요, 이거 좀 만들어주세요 라고 말만 해도 어떻게든 도망가야겠다 싶을 만큼 두려운 분야인 미술이 오늘 당장 가까워지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죽기전에 말이다) 하는 상상을 해봤다. 



* 사이공간 아트스튜디오 : 인스타 - sai.artstudio_jeju
   커피와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성인을 위한 서귀포화실
   제주도 서귀포시 서호남로 32번길 10-8


* 이 글에 실린 사진은 "사이공간 아트스튜디오"에서 문미희님에게 제공해주셨습니다.

* 이 글은 문미희님이 (주)제주스퀘어에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문미희님의 공간 탐방기 더 보기 : https://brunch.co.kr/@nassol/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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