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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May 03. 2020

사진이 묻고 건축이 답하다

반치옥 사진전 답사기 - 글 by 문미희

몇 달전부터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었다. 공사중인데도 말끔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미학(美學),심미안과는 동떨어진 내가 보기에도 갖고싶은 근사한 건물. 뭘까? 카페가 되려나 순수한 흰색이니 웨딩샵일까, 앞에 갤러리가 있으니 여기도 갤러리일까 설마 개인주택은 아니겠지... 혼자 갖은 추측을 하고 있던 그 건물에 지난번 인터뷰를 했던 반치옥 작가 사진전시회가 열린다고 했다.  나의 상상과는 달리 아뜰리에11이라는 건축사무소와 사진작가의 만남. 빛, 점, 선, 면을 다루는 두 직업의 콜라보이니 어색할 것 없는 조합이기도 했다.    

 

가보고 싶었던 공간에 , 보고 싶었던 작품이 걸려있다. 인상적이었던 사람 얼굴 자리에 돌을 들고 있는 그 사진이 대형 걸개사진으로 걸려 있어 강렬함이 더해졌다. 한번쯤 ‘대체 왜 그러고 서있어요?’ 라고 말을 걸고 싶게끔 하는, ‘이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했을까?’ 묻고 싶어지는 작품들.  설명을 듣고나면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감탄하게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본모습을 가리고 하루에도 다른 여러개의 가면을 쓰고 다니지 않던가? 내 진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나중엔 내가 누구인지 모를 상황에까지 빠지게 되고 말리라... 나는 이미 나로서 충분히 아름답다라는걸 머리로는 이해가 가겠는데 평소엔 자주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 ‘우리는 다 세상의 주인공이다’.


건축사무소답게 지하1층부터 옥상까지 좁은 미로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다가도 의외로 넒고 빛이 오밀조밀 잘 들어오고 나가는걸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공간 자체로도 흥미로운 곳이었다. 옥상에 오르면 날씨가 좋은 날엔 눈 앞에서 한라산이 또렷이 보일거 같고 탁 트인 시야에 마음도 상쾌해진다.


제주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문화적인게 부족해 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근데 오늘 하루만 해도 제주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전시와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로 요즘 뜸해지긴 했지만 매달 제주도에서 얼마나 많은 전시와 공연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국립극장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대규모극장이나 외국의 유명 뮤지컬, 오페라 무대를 볼 수 없긴 하지만 그런 크고 화려하고 비싼(?)것만이 문화는 아닌데도 늘 문화부족만을 탓해왔다.   오늘 여기 건축과 사진도 훌륭한 예술이고 문화이지 않은가.  출퇴근시 차로 다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쳤을 그 공간에 이렇게 멋진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고맙고 좋을 뿐이다.  저기 아무나 못가는곳이겠지? 주저하지 마시고 일단 앞으로 ~ 한발짝 가서 봐주시면 좋겠다.     



20200503 아뜰리에 11, 반치옥사진전 ‘사진이 묻고 건축이 답하다’


* 문미희님 글 보기: https://brunch.co.kr/@nassol/90

* 반치옥 사진관 방문기 : https://brunch.co.kr/@nassol/86 

* 반지옥 사진관 소개보기: https://jejusquare.kr/space/detail?id=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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