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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Aug 07. 2024

마음 붙일 곳

중간에 시간이 남아 시옷서점에 들렀더니 전에 밖에 붙여둔 전시회 포스터를 안으로 옮겨서 붙여두어 주셨다. 비 맞을까 걱정하셨나보다. 책장 안쪽으로 붙여야 해서 번거로우셨을텐데…


오픈 시간을 잘 몰라서 무작정 갔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 인사하며 들어가니 안쪽 방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니 현택훈 시인님과 김신숙 시인님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아 반가웠다. 언제든 와도 좋다는 말씀이 고맙고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한데 얼굴보아 반갑다며 수박쥬스를 사다 주신다. 내가 사들고 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통화하러 잠시 나갔는데 모자쓴 누군가가 서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보니 오랜만에 보는 땡땡님이었다.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 보였다. 현시인님과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달라지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어디서 살았었고 초등학교는 어디를 다녔고, 그때 물에 휩쓸려 갔던 아이 이야기와 그 학교는 치맛바람이 셌었다는 이야기와..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했다. 회사에 대한 근황의 이야기도 했고, 최근에는 SNS에 글이 조금 뜸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글이 자주 보일 때는 소식을 알아서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언젠가부터 소소한 이야기를 잘 안 쓴 것도 같고..


저녁에 운동을 하는데 창밖으로 노을이 예뻤다. 운동을 끝낸 후 물놀이를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다. 물놀이 친구가 휴가중이라 다른 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다음엔 혼자라도 갈까. 오늘 저녁 타임에는 사람들이 적었다. 운동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문득 내게 어디 사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속도가 느긋해. 선생님은 나의 몸을 낫게 만드는데 진심인 느낌이다. 여기 오래 다니고 싶다.


최근 조금 더 로딩이 되고 있는 취미에 대해 생각했다. 취미에 과연 시간을 쓸 수 있으려나 생각하다가, 그래도 쓰고 싶다, 쓸 수 있겠다 생각도 했다.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두 명 떠올랐다. 한 명은 조금 멀리 있고 한 명은 내가 조금 용기를 내야 한다. 멀다면 조금 빈도를 낮추면 되고, 용기는 내면 되긴 하는데… 나는 이 취미를 왜 좋아할까? 진짜 하고 싶은게 뭘까 생각하다가, 취미에 그런 정도의 질문은 필요없겠다 생각했다. 취미이니…


어두워진 후 두번째 운동을 했다. 그곳에서 같이 걷곤 하는 친구를 떠올리며, 이곳에 내가 마음 붙이게 된 것은 그 친구 덕이겠구나 생각했다.


어디선가 그랬다. 도시의 삶의 즐거움은 내가 즐겨 찾는 공간을 늘려가는 거라고.


#시옷서점 #제주시청 #고산동산

#화수목 2-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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