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잃어버리지 않고 전시도 잘 하기 위하여
제1회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하며 내가 가장 괴로웠던 부분은 책 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너무 힘들기도 했고 더 힘든 것은, 아무리 해도 책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마음 속에 작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제주 43 블록체인 전시체험 부스를 준비하며, 공간기획을 맡아주신 분이 책을 임대협조를 받아서 확보해주셨다.
책을 빌려서 풍성하게 전시를 하는 것은 좋다.
귀한 책들을 잘 전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돌려드리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
우선은 도서 대여를 진행해주셨던 기획자분에게서 도서실물과 도서의 목록을 받았다.
최초의 엑셀파일에다가 몇 개의 필드를 추가했다.
최초 번호, 전시코너구분, 전시코너내순서.
책에다가는 눈에 잘 띠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였다.
표식을 네임펜으로 쓸 수 있도록.
그런후, 책을 전시할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화했다.
크게 세 분야로 나누었다.
대중 / 공식 / 기타.
대중: 소설이나 그림책 등 대중에게 친근한 방식의 책들
공식: 백서, 진상조사보고서, 전시도록 등 공식적인 책자와 자료들
기타: 제주4.3해설사 교육자료, 교사대상 교육자료들
실제 전시할 때는 대중 > 공식 > 기타의 순서로 하였다.
친근하고 말랑한 내용부터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룹 내에서도 세부 그룹을 묶었다. 특히 “공식” 자료의 경우..
그런다음에는 엑셀파일을 열어놓고, 직원분의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전시할 순서대로 책의 제목을 부를테니, 엑셀에서 책 의 제목을 찾아서 전시그룹 + 전시그룹내 번호를 엑셀에 적어달라고 했다.
다 적은 다음에는 전시그룹내번호를 기준으로 정렬해두었다.
그리고 책 제목을 찾았을 때, 그 책의 최초 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전시그룹+전시그룹내 번호+최초 번호를 책의 마스킹테이프에 적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도 전시부스에 책을 깔아둘 수 있도록.
최초번호를 쓴 이유는, 이 책의 인덱스 번호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체 책의 권수도 확인하고. 제목으로 검색하면 시간이 걸린다. 빨리 찾을 때 인덱스 번호가 제목보다 유용하다.
전시부스 테이블에 노란천을 깔고 소형 이젤을 깔았다. 약 7개의 종이가방에 나뉘어 들어있는 책들을 꺼냈다.
참고로 종이가방에도 마스킹테이프를 붙여서, 여기 가방에는 전시번호 몇 번부터 몇 번까지의 책이 들어간다고 표시해 두었다.
이건 너무 나갔나?
결국 아래와 같이 전시하였다.
몇 권은 자리가 부족해서 억지로 밀어넣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을 전시할 수 있었다.
9.28-29, 10.5-6, 10.12-13 - 6일간 부스가 운영된다.
현장 모습 보기 : https://brunch.co.kr/@nassol/61
마지막 날에는 도서목록에 체크를 하면서, 정해진 종이가방에 책을 넣도록 해야지. 아마 현장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손을 보탤텐데, 나는 전체를 모니터링해야할 것이고, 책을 챙기는 것은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준비하고나니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분실되는 책이나 자료가 있다면 필요하다면 구매를 해서 돌려드릴 생각이다.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가서,
지역도서전을 다시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겠는가 생각했을때, 잘 모르겠다. 양도 많고, 책이 수합되는 곳이 도서관이라면 직접 받아서 책을 확인하기 어렵고, 도서전을 할 때 판매와 전시용 책이 구분되는 것도 있고, 판매도서는 정산도 생각해야 한다. 판매하고 남은 도서는 출판사에서 기증하는 경우도 있고, 반송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반송할 때 일반 박스에 담으면 비가 오면 젖을 우려가 있다. 비닐에 싸서 박스에 담자니 책의 양이 너무 많다. 수십 박스.. 어떤 책은 출판사의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고, 한 출판사인데 브랜드명이 두개라서, 실제 주소는 한 곳인 경우도 있다. 도서관의 서고에는 기존 책들이 있는 서가가 있고, 비어있는 서가도 있다. 비어있는 서가를 보관 및 작업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기존의 도서와 섞이면 안된다. 보관용 서가에서 전시장으로 책을 이동할 때, 박스에 담아서 트롤리를 사용해서 옮기는데, 알바가 여러 명 투입되는데, 특정 박스를 어디에서 어디로 옮기는가를 지시해야 한다. 지역도서전을 생각하면 이번 50여권의 책을 챙기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다시 지역도서전을 할 생각을 하면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아마 할 것이다. 완벽하게 책 관리를 할 방법은 아마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책 관리 제대로 못했다는 타박에 야속해하거나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이 하는 게 맞을 것이고, 내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할 것이며, 나는 주어진 자원과 제약 안에서의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타박은 어떻게 하든 받을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타박을 안 받는게 아니라, 그 일을 가능한 만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