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by 문미희
2020.04.19. 해녀의 부엌-영상편 방문기
제주를 대표하는, 그러나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해녀'.
이 해녀 문화를 진하게 맛볼 수 있는 곳.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예술인과 해녀가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짧은 공연으로 선보이며 해녀님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만든 신선한 음식을 대접하는 '대한민국 최초' 제주 해녀 다이닝이라 해서 궁금했던 해녀의 부엌.
위치도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바다 바로 앞의 어둡고 인적이 드문 창고로 변해버린 위판장을 활용하여 만들었으니 그 의미도 남다르고 더 특별한 것 같다.
이번에 프로젝션 맵핑 공연이라는 새로운 컨텐츠로 선보이게 된다고 하니 더 큰 기대와 설렘을 안고 제주스퀘어 김나솔 대표님의 초대로 가게 되었다.
해녀의 부엌은 출저한 사전예약제로 주말에만 운영되고 있었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해녀의 부엌-영상편은 공연과 영상과 식사시간이 교차로 진행되어 화려한 맵핑을 감상하다가 공연을 보다가 식사를 즐기고 다시 공연이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3차례의 공연과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식들. 메뉴는 처음에는 아뮤즈부쉬(한입 특선요리)로 구좌 당근주스와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던 새우볼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도 있었던 문어샐러드로 입맛을 돋우워 주었고, 내장크림소스 전복찜은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게끔 하는 소스와 전복의 어울림도 좋았다. 뿔소라 리조또의 경우 리조또라면 우유나 치즈가 들어가서 내가 못먹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느끼함은 전혀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리의 씹히는 살짝 거친 식감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이어지는 공연도 보고 그러는 사이 카라멜라이즈 감귤(천혜향)과 디저트로 나온 섹시한 빛의 백련초주스로 마무리. 백련초주스의 묵직함과 대체 뭘 섞은거지? 캐묻고 싶었던 질감과 맛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독특했다.
‘해녀의부엌’은 해산물과 식자재를 시중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수매하여 해녀들의 자립을 돕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으며 공연을 통해 해녀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나가며,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너무도 좋은 취지이고 훌륭하다.
그러나 오늘 딱 한번 와 본 사람의 눈으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가오픈 중이라니 다시 재정비가 될 것 같아 섣부른 판단은 위험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나처럼 해녀의 부엌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해녀 삼촌들의 실감나는 이야기도 듣고 같이 호흡하는 모습을 그리고 온 사람에게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의외였고 아쉬웠다. 음식과 플레이팅은 제주도 다운, 해녀의 부엌스러운 멋과 맛이 배어있어서 훌륭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좋았다.
정식 오픈하면 그때 다시 한번 가보는 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