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torante Buca Lapi
“운이 좋게 그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했어!” 피렌체 여행을 계획한 친구가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레스토랑 저녁 식사 예약하는데 굳이 ‘성공’이란 표현은 좀 과하지 않나?
더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 너무 바빠 ‘그 레스토랑’이 어떤 레스토랑인지 알 여유도 에너지도 없었으니. ‘그 레스토랑 예약 성공’에 대한 친구의 흥분과 자부심을 이해하긴 어려웠다.
나라면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란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예약하지 않았을 테다. 그렇다. Buca Lapi는 지하에 있다. 곁들임 채소인 contorno 콘또르노는 10유로 추가다. 한국으로 치면 반찬으로 그냥 나오는 익힌 시금치 한 접시에 15000원 정도 한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밤 10시가 넘으면 어떤 주문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오픈 키친은 이미 마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해야겠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가끔 타인이 대신해 주는 선택이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하기도 한다는 걸.
내 생에 최고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절묘하게 구워 씹을 때마다 고소한 육즙이 터지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부드럽게 그렇지만 너무 익히지는 않은 시금치(심지어 마늘을 빼 달라는 나의 요청도 흔쾌히 들어주었다.), 레드 와인을 넣고 낮은 불에서 뭉근하게 졸여 입에서 살살 녹게 익힌 멧돼지 라구, 그 라구로 버무린 얇으면서도 탱글한 식감의 빠빠르델라.
많은 것이 들어가지 않은 몇 가지 좋은 재료로 잘 요리한 간단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음식, 내가 찾던 맛이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고 나왔더니 해가 다 져 있어 느꼈던 당혹감, 허무함 그리고 피곤함은 고소한 스테이크와 부드러운 시금치, 밸런스가 잘 잡힌 몇 잔의 와인, 그리고 유쾌한 담소로 모두 날려 버렸다. 그렇다. 그날의 저녁 식사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스테이크 1인분 한 접시에 70유로, 길고 넓은 생면 파스타 빠빠르델라에 멧돼지 고기 라구로 맛을 낸 파스타 한 접시는 20유로. 단순한 전통 스타일의 음식을 내는 피렌체의 다른 오스테리아나 뜨라또리아보다 가격은 좀 있는 편이지만, 그냥 믿고 가 보시길. 단순하지만 좋은 재료로 잘 조리한 피렌체 전통 요리와 와인 리스트가 정직하다.
만약 ‘운 좋게 그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Buca Lapi
Via del Trrebio 1r, Firenze
월-토 19-23
전화 +39 055 213768
이메일 bucalap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