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은 한국과 7시간~8시간 나는 시차 때문에 체력적으로 쉽지만은 않지요.
‘피렌체 명화 감상도 낮잠 충전 후’라구요? 그렇다면……. 무엇보다 여행지 초 중심가 숙소 예약이 먼저입니다.
최근 피렌체 여행을 함께 했던 한 친구의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00은 이제 막 60을 넘긴 유쾌한 ‘은퇴 여행자’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모기업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고 일을 했던 00은, 최고 경영자가 여러 번 뜯어말렸지만 예순의 나이를 코앞에 두고 즐겁게 은퇴를 결심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상상보다 아름다워. 우리 어머니를 보니, 결국은 있는 돈을 다 못 쓰고 돌아가시더라구.”
그렇게 은퇴를 한 00은 ‘은퇴 여행자’란 말이 아주 잘 어울리게 은퇴 직후 3년 여행 계획을 세우고 부부 동반으로 아주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지요.
00을 처음 보았을 때, 전 00이 예순을 넘었다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클론의 구준엽처럼 탈모 조짐이 보일 때 깔끔하게 밀어버린 스타일(이 면에서도 그의 미련 두지 않는 확실한 성격을 볼 수 있지요.)이라 흰머리를 한 가닥도 볼 수 없었고, 무엇보다 여러 인종의 피가 섞인 덕에 탱탱한 피부와 건강해 보이는 가무잡잡한 피부톤도 그가 젊어 보이는 데 한몫했을 것 같군요.
태생부터가 인터내셔널 한 00은 굉장히 삶의 반경이 넓고 활동적이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쿠버 다이빙과 수중 사진 찍기를 즐기고, 스키도 시속 230 이상의 속도로 즐기는 수준급이지요.
그러니 제 입장에서는 햇살이 뜨거운 늦봄, 포도밭 사잇길을 산책할 때 힘들다며 투덜대는 00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게만 보였어요.
그런데 피렌체 여행을 함께 가 보니, 늦봄 땡볕 아래 산책할 때 00의 투정이 농담이 아니라 기본 체력의 문제란 걸 알게 되었어요.
“넌 바쁘니 피렌체 여행 계획은 우리에게 맡겨!” 00과 그의 부인은 제게 웃으며 말했어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과 대학교 시절 엠티 말고는 남이 짜주는 여행을 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바쁜 시즌인 데다, 일단 그네들의 배려가 반가워서 그러고마 했지요.
그런데, 피렌체에 도착해 보니……. 두둥! 어머낫! 숙소가……. (내가 내 방의 돈을 내는) 그들이 예약한 숙소가……. 어찌하여 그 가격에 그런 모습이었을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웬만한 타 도시의 오성급 호텔 가격의 그 삼성급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피렌체 초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서.
불행히도 우리가 농담처럼 툭 하고 여행을 계획한 9월 말은 피렌체 극성수기 주말이어요.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이토록 많이 모였나 싶었지요. (심지어 피렌체 어느 구석에서도 한국어로 대화 소리가 들려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중심가 웬만한 숙소의 가격이 배 이상 뛰는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어? 00 어디 갔어?” 굉장한 인내심과 체력을 요하는 우피치 미술관 관람 후, 마지막 관문인 서점에서 이리저리 눈호강을 하던 중, 문득, 00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응, 피곤해서 숙소에 쉬러 갔어.” 00의 부인이 자주 있는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어요.
“00은 자주 호텔에 쉬러 가야 해. 근데 난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호텔은 언제나 중심가에 잡는 편이야. 피곤한 사람은 좀 쉬고, 아닌 사람은 구경 더 하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천천히 걸어 베끼오 다리 산책도 하고, 슬슬 해도 지고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올 즈음, 우리는 호텔로 향했습니다.
“저녁 식사 예약 시간이 9시 반이니까, 숙소에서 저녁 9시쯤 출발하자.” 저는 겉으로는 쿨 하게 “응, 그러자!” 하고 대답했어요. 속으로는 반가워서 방방 뛰었지요. ‘아이쿠! 그 말을 기다렸어~ 고마워!’
출발 전 잠도 거의 못 자고 무리를 했더니 그야말로 출발 하루 전, 농담처럼 훅 하고 심한 감기 놈이 나의 몸을 잠식했더랬습니다. 저야말로 지금! 잠깐이나마 숙소에 들어가 육신을 평지에 눕히거나 뜨거운 물 샤워를 하는 행위가 절박했던 거지요.
‘아! 00, 너의 저질 체력에 감사해!’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여행자인가요?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한밤중에야 들어가는 강철체력인가요? 혹은 숙소에 자주 들어가 충전을 하고 나와야 하는, 호텔 근처를 지날 땐 꼭 들러야 하는 방앗간 참새 스타일인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체력이 고갈되면 명작도 눈에 보이지 않더군요. 우선은 뭐니뭐니해도 육신이 편해야 즐거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여행지에서도 이것저것 다 보고 싶은 욕심은 조금 접어두고라도 육신의 평안이 중요한 그대라면……. 무엇보다 초중심가 시내의 숙소 예약을 권합니다.
이탈리아 역사지구 중심가 (Centro Storico 첸뜨로 스토리코) 숙소의 장단점을 한눈에 다시 보실까요?
무엇보다 재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숙소를 자주 드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그 필요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강행군 후 점심을 먹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갈 때
. 급하게 화장실 고플 때(이탈리아 공중 화장실은 찾기도 어렵거니와, 악명이 높지요.)
. 갑자기 춥거나 더워져서 옷을 갈아입고 싶을 때
. 맛있는 파스타와 와인을 즐기다 새하얀 셔츠에 얼룩이 크게 졌는데, 심각하게 여행 의욕이 떨어질 때
. 어렵게 예약한 근사한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조금 쉬면서 샤워도 하고 멋도 내고 싶을 때
. 의도치 않게 값이 꽤 나가거나,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샀는데 계속 들고 다니기가 불편할 때 (값이 나가는 물건은 호텔 금고가 넉넉한 사이즈라면 딱이지요.)
. 관광객이 뜸해지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고즈넉한 풍경을 보고 싶을 때
. 하하하, 동행자들이 꼴 보기 싫어져 영혼을 잠시 정화하고 싶을 때도
다만, 하나를 선택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면도 함께 껴안아야 하는 법. 마치 서울 직장인이 집을 정할 때 ‘인 서울’이나 아니냐 고민할 때와 비슷할까요?
. 초 중심가 숙소의 경우 보통 가격이 더 높기 마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가격에 비해 방이 좁거나
. 화장실에 창문이 없거나
. (저의 경우 욕조는 필수이건만 욕조 선택은 사치이거나)
. 밤에도 밖이 소란스러워 숙면에 방해가 되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