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ltima spiaggia
세콘도 주문으로 연신 새우를 구워내느라 온몸이 거대한 한 마리의 새우로 변신할 즈음이다.
‘띠링!’ ‘띠링, 띠링!’ 와츠앱 메시지가 여러 번 날아왔다. ‘까똑! 까똑’ 하고 울리는 카톡이 아니니 한국에서 올 급한 연락은 아니다.
‘‘뭐야? 이 바쁜 시간에!’’ 눈썹을 휘날리며 불 앞에 설 때는 신경도 날카로워진다. ‘누굴까? 혹은 ‘무슨 일일까?’라는 호기심보다는 짜증이 먼저 올라왔다.
급한 불을 끄고 문자를 확인한 건 자정이 넘어서였다. ‘주말에 가족들이 점심 먹으러 오는데, 트러플 좀 구해줄 수 있어?’ 사라였다.
‘레스토랑 하는 남자친구한테 부탁하면 될 것을 나한테 부탁을 하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밤늦게 연락은 무리니 다음날 아침 전화기를 들었다.
“사라, 남친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어……. 그게…….”
“Siamo all’ultima spiaggia.”(우리는 마지막 해변에 있어.)
“오……. 이런, 그랬구나. 물어봐서 미안해.”
사라와 다비데는 9살 연상연하 커플이다. 아버지 유산을 이 시골 과레네에 집을 사는 데 몽땅 투자한 이유도 다비데 레스토랑 근처였기 때문이다. 사라가 토리노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곳까지 터를 옮긴 지도 10년이 넘었다.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복잡할까?’ 사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던 찰나였다.
갑자기 티브이에서 같은 표현이 나왔다.
“Siamo all’ultima spiaggia.” “우린 거의 끝이 났어요. 마지막 시도랍니다.” 티브이 프로그램 광고였다. ‘참, 이상도 하지. 오늘 이 표현을 벌써 두 번째로 듣네.’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들이 2주 동안 파트너를 바꾸어 생활하는 프로라고 했다.
이상한 조합이다. 문제가 ‘권태기’인데 해법이 ‘합의된 스와핑’? 정상적이지 않고 상식을 벗어난 프로그램 예고편 몇 초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탈리아 어. “Essere all’ultima spiaggia.”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거의 끝난 단계’, ‘마지막 시도’가 된다. 거의 끝이라는 답은 나와 있지만, 아직 미련은 버리지 못 한 단계.
사라의 ‘마지막 해변’과 그 해변 백사장을 이상한 방식으로 넓히려고 하는 이탈리아의 비상식적인 프로그램 예고편. 왜 나는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생각날까? 그의 ‘마지막 해변’이 하루빨리 깨끗하게 정리되길 바랄 뿐이다.
사진: 이지윤
Playa de El Bollullo, Tenerife, Spag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