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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샤 Jan 18. 2023

창 밖의 도시

딱히 관광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 도시라거나 혹은 이미 와본 곳, 아니면 체류 시간이 짧은 곳이라면 대개 호텔 방에 누워서 시간을 보낸 뒤 돌아간다. 또 연차가 쌓일수록 아무리 각각 다른 호텔이라 하더라도 룸서비스마저 물려서 도시락이나 라면, 그 외 간식들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비행을 간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비행은 대체로 체류 시간이 15시간 내외다 보니 어딜 나가기가 참 애매하다.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자고 먹고 좀 뒹굴 거리다 보면 어느새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씻고 먹고 자는 필수적인 행위만으로도 15시간은 바쁘게 흐른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딱히 카트만두라는 도시를 보고 싶다거나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항상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냈고, 퇴근 후의 몰려오는 ‘만사 귀찮음’ 때문에 호텔 바로 앞의 산책로도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침대로 바로 쓰러졌다. 

얼마쯤 잤을까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어 젖히니 카트만두의 강렬한 햇빛이 순식간에 방으로 쏟아졌다. 천천히 눈을 뜨며 밖을 바라보니 쨍한 색감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몇 번은 봤던 풍경이었는데 맑은 날씨 탓인지 유난히 알록달록한 모습이 무척 생경했다. 똑같은 것도 기분에 따라 달라 보이는 건지 눈앞에 펼쳐진 카트만두의 풍경이 오늘따라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언덕에 자리 잡은 집들은 부산의 풍경과 많이 닮았지만 카트만두의 마을은 특유의 원색으로 집을 꾸며놓았다. 힌두교의 특징인 걸까. 문외한인 이방인의 눈에는 힌두교가 깃든 곳에는 언제나 원색의 색채들이 곳곳에서 존재를 뽐내는 것 같다.


한국에서 챙겨 온 햇반과 컵라면을 끓이며 카트만두의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삼삼오오 학교를 가는 듯했고, 자전거 뒤에 짐을 한가득 실은 남자는 마지못해 페달을 밟는 걸 보니 일터로 향하는 듯했다. 노점의 채소를 만지작거리는 중년의 여성은 아마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는 중인가 보다. 


내가 나고 자란 한국과 무척 다른 모습을 가진 이 도시의 사람들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무척 닮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가고 그 안에 희로애락을 느끼고, 기쁨에는 함박웃음을 짓고, 슬픔에는 눈물을 흘리고, 외로움에 씁쓸한 숨을 내뱉고, 버거운 일에는 허망함을 느끼고, 삶에 대해 고민하며 때로는 종교에 기대기도 하고… 

이들도 새로운 해가 뜨면 또 몸을 일으켜 또 다른 하루를 채워 가겠지.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창 밖을 나서서 이곳의 사람들과 삶을 만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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