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하는 결혼식에 아빠가 오지 못한 이유
낮밤툰 39화에서는, 으레 당연히 결혼식에 오실 거라 생각했던 아빠가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로 영국에 오지 못하겠다고 하셔서, 결국 엄마가 혼자 오시게 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그때는 도무지 아빠가 비행기가 무섭다며 못 타겠다는 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비행기 공포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인천공항에서 10년 이상 근속하시다 퇴직하셨기에 오히려 비행기와 가까운 분일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무섭다니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빠의 정신건강은 이미 악화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형제자매 거의 모두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나름 마지막으로 의지하던 큰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아빠는 큰 충격을 받으셨거든요. 게다가 아빠의 조카 또한 젊은 나이에 같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아빠는 자신 역시 곧 세상을 등지게 될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전화로 지나가는 말처럼, 요새 아빠의 마음이 많이 약해졌고 수면시간도 크게 늘었다고 했을 때 저는 그저 퇴직 후 찾아오는 상실감이나 일시적인 우울감일 거라 여겼어요. 나이가 들면서 몸이 더 쉽게 피곤해지시나 보다 하며, 그저 부모님의 연세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빠의 행동에는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꽤 있었어요. 엄마가 영국에 계시는 동안, 아빠는 통화 중에 난데없이 통곡을 하시거나 몹시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아빠였기에, 이런 변화들이 더욱 낯설게 느껴졌죠.
현재 아빠는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정신건강도, 인지 상태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많이 악화된 상황이에요. 어쩌면 그때 이런 조기 신호들을 조금 더 일찍 알아채고, 그에 맞는 케어를 받았더라면 지금처럼까지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기적이 존재한다면, 바로 지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수명이나 지병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고, 인간의 소망만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때의 순간으로 아빠의 상태가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상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