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바다의 경고

2. 국민 반찬, 김이 사라지고 있다.

by natflat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김 한 장, 미역국 한 그릇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K-푸드’의 주역이라 치켜세우며 수출 1조 원 시대를 자축하는 사이, 그 근간인 한반도의 바다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지표로 증명되는 위기: 2.5배 빠른 속도의 경고

국립수산과학원의 데이터는 명확합니다. 지난 54년간 한국 연안 표층 수온은 약 1.35 상승했습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2.5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수온 1도의 변화는 육상의 기온 10도 변화에 맞먹는 생태적 충격을 줍니다. 이 뜨거워진 바다는 해조류의 생애 주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정부 보고서는 현재 약 150일인 김 성육 가능 기간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금세기 말 100일 미만으로 단축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전문가들은 더 급진적인 예측을 내놓습니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김 생산량이 현재보다 27.2%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30년 베테랑의 경험이 무색해진 바다


우리나라 미역 주산지인 전남 완도와 부산 기장의 바다는 지금 ‘침묵의 폐사’를 겪고 있습니다. 완도 청산도의 미역 양식장은 90%가 폐사했고, 기장에서는 30년 넘게 바다를 지킨 어민조차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망연자실해합니다.


이유는 복합적이고 잔인합니다. 미역 성장에 적합한 18도 이하의 수온은 찾아보기 힘들고, 10월 중순까지 22도의 고수온이 정체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 청수(맑은 해수)’입니다. 바다가 너무 투명해져 어린 엽체가 과한 광합성을 하다 녹아버리는 역설적인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 최대 김 생산지인 고흥과 서천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온이 낮아져야 시작되는 ‘채묘’ 시기는 매년 늦춰지고, 바다의 영양분이 부족해 김이 누렇게 변하며 녹아내리는 ‘황백화 현상’은 이제 어민들에게 피할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불과 1년 전 풍년이었던 바다는 이제 90%가 넘는 피해율을 기록하며 어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습니다.


과학의 속도를 앞지르는 기후의 속도


과거 어민들의 ‘경험’은 훌륭한 나침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 앞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정부의 『2030 수산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이 강조하듯, 이제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이라는 과학적 대응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재해가 ‘상시화’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대응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인력과 장비의 공백: 전남 전체 물김 생산의 80%를 담당하는 지역에 영양염류 분석 장비는 단 한 대뿐입니다. 전국 해조류 양식장을 관리하는 연구 인력은 고작 8명에 불과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예보: 정부가 발표하는 적정 양식 시기는 급변하는 현장의 수온 정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신품종 개발: 기후 변화에 견디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6~7년이 걸리지만, 바다의 변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릅니다.


컨트롤 타워 없는 위기 대응


농업 분야가 상설 대응 체계를 갖춘 것과 대조적으로, 수산 분야는 기후 재난에 대응할 사령탑이 부재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내의 대응 조직조차 한시적인 TF에 불과하며,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원인을 찾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출 수요는 폭증하는데 생산량은 정체되거나 급감하는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양식을 포기하는 소규모 어가의 연쇄 붕괴는 지역 경제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원고에 사용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