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섬 생물지리학

왜 국립공원은 클수록 좋을까?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생태계 보전 전략

by natflat

우리는 흔히 숲이 깎여나가고 작은 공원만 남았을 때, 그곳에 여전히 새가 울고 꽃이 피어 있다면 "아직은 괜찮다"라고 안도하곤 합니다. 하지만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1972년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수학적 언어로 경고합니다. 지금 우리 눈앞의 풍요로움은 어쩌면 사라질 운명을 앞둔 '시한부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가 발견한 ‘생태적 이완(Relaxation)'이라는 낯선 단어 속에 담긴, 자연의 보이지 않는 타이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섬의 크기가 결정하는 생명의 정원

섬에 얼마나 많은 종이 살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섬을 누비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공식을 세웠습니다.


"섬의 면적이 10배 넓어질 때, 그곳의 생태계는 약 1.6배 더 다채로워진다."


복잡한 지수(0.22)가 담긴 이 수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실을 말해줍니다. 땅의 크기가 줄어들면, 그 땅이 품을 수 있는 생명의 종류도 수학적인 정답처럼 반드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 숲은 당장은 무성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 줄어든 크기에 맞춰 생명들을 하나둘씩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2. '이완 시간', 자연이 균형을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기다림

'이완(Relaxation)'이란 팽팽하게 당겨졌던 고무줄이 제자리로 돌아가듯, 충격을 받은 생태계가 새로운 평형 상태로 돌아가려는 과정을 뜻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이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tr)을 계산했습니다.

이 수식은 단순합니다. 새로운 생명이 유입하는 속도(Ki)와 기존 생명이 사라지는 속도(Ke)가 빠를수록 섬은 더 빨리 변합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발견한 진짜 놀라운 사실은 이 시간이 생각보다 무척 길다는 것입니다. 뉴기니 인근의 큰 섬들이 본토와 떨어져 고립된 후, 그 좁아진 면적에 맞춰 종 수가 줄어드는 데는 무려 3,000년에서 18,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이 멸종의 과정을 보며, 그저 "평화롭다"라고 착각해 온 셈입니다.


3. '과포화'라는 이름의 비극적 풍요

과거에 육지와 연결되었던 섬들은 지금도 예상보다 많은 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과포화(Supersaturation)' 상태라고 부릅니다.


겉보기엔 풍성해 보이지만, 사실 이 섬들은 좁아진 면적 때문에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종들을 억지로 품고 있는 셈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물 위를 건너지 못하는 숲 속의 새들을 관찰하며 이를 증명했습니다. 3,000평방 마일의 섬에서 1만 년이 흐르자 기존 종의 51%가 사라졌고, 더 작은 섬에서는 무려 92%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4.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내일의 숲'

다이아몬드의 이 오래된 논문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시화로 인해 파편화된 우리의 공원과 산들도 사실은 '육지 속의 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논문의 마지막에서 우리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건넵니다.


작은 공원 여러 개보다, 커다란 하나의 숲을 지키는 것이 낫습니다.


숲을 가로지르는 넓은 도로는 생태계의 단절을 부르는 장벽이 됩니다.


이미 숲이 나누어졌다면, '생태 통로'를 만들어 유입(Ki)의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수학이 예고한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지금 우리가 지키고 있는 작은 숲이 미래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숲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오늘 우리가 그 생태적 연결고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지켜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원고의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

* 출처. Diamond, J. M. (1972). Biogeographic kinetics: Estimation of relaxation times for avifaunas of Southwest Pacific island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69(11), 3199-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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