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섬 생물지리학

균형의 생태학

by natflat

1967년, 두 명의 생태학자 Robert MacArthur와 Edward Wilson은 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을 관찰하며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큰 섬일수록, 그리고 대륙에 가까운 섬일수록 더 많은 생물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섬생물지리학 이론의 출발점입니다.


평형이론의 핵심

섬생물지리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평형이론’입니다. 한 섬의 종 수는 두 가지 힘의 균형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종정착률(Immigration rate): 새로운 종이 섬에 도착하는 비율로, 대륙에서 가까운 섬일수록 높습니다. 대륙은 생물의 공급원 역할을 하며, 거리가 가까울수록 생물이 섬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종소멸률(Extinction rate): 이미 정착한 종이 사라지는 비율로, 작은 섬일수록 높습니다. 작은 섬은 개체군 크기가 작아 환경 변화나 우연한 사건으로 쉽게 멸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그 섬의 평형 종 수가 됩니다.


현실 적용의 성공 사례

이 이론은 실제로 여러 생태계에 적용되었습니다. 고산지대는 섬처럼 고립되어 있어 비슷한 패턴을 보였고, 동굴 생태계 역시 입구를 경계로 외부와 분리된 ‘섬’과 같은 특성을 나타냈습니다. Simberloff와 Wilson(1969, 1970)의 초기 야외 실험은 이 이론에 경험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징검다리 효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중간에 작은 섬들이 있으면 생물이 이동하기 쉬워져 고립의 효과가 완화됩니다. 연육교로 육지와 연결된 섬은 오래된 섬보다 종 수가 많은데, 이는 이 이론으로 잘 설명됩니다.


한계와 비판

하지만 1970-80년대를 거치며 많은 한계점이 드러났습니다.


평형 가정의 문제: 섬이 평형 상태에 도달하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에 기후나 환경이 변하면 이론의 전제가 무너집니다.


서식지 다양성 무시: 작은 평지 섬과 큰 산이 있는 섬을 단순히 면적만으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Webb과 Vermaat(1990)는 작은 서식지가 주변 식생에 둘러싸여 침입종 저항력이 약해 오히려 높은 종 다양성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포식-피식 관계: 바하마제도의 거미류 연구(Toft and Schoener, 1983)에서 포식자인 도마뱀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종 다양성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론이 종간 상호작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의 영향: 섬마다 다른 인간의 간섭 정도, 먹이자원의 차이 등 실제로 중요한 요소들이 이론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재해석

육지의 단편화된 서식지에 이 이론을 적용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육지의 ‘패치’는 섬과 다른 특성을 갖습니다.


모자이크 특성: 육지는 불균일한 환경으로, 생물이 다양한 서식지를 건너 다닐 수 있습니다. 순수한 ‘고립’의 개념이 약합니다.


패치 내부의 다양성: 대부분의 패치는 내부에 다양한 서식지를 포함합니다. 면적 자체보다 교란 정도, 천이 단계 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형태와 가장자리 효과: 섬은 대체로 원형에 가깝지만, 육지 패치는 형태가 다양합니다. 가장자리 효과가 면적 효과보다 종 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통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은 보전생물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서식지의 크기와 고립도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자연보호구역 설계의 핵심 고려사항으로 남아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메타개체군 모형이 부상했지만, 이는 섬생물지리학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기보다 더 세밀한 공간적 범주로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섬생물지리학은 ‘참이지만 사소한(true but trivial)’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3000여 개의 섬을 가진 나라에서, 특히 서남해안 다도해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이 이론은 여전히 유용한 출발점입니다.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원고의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

* 출처. 김재은, & 홍선기. (2007). 島嶼의 경관생태학적 이해: 섬생물지리학의 이론과 적용. 島嶼文化, 30, 39-54.


부록

Webb과 Vermaat(1990)의 역설적 발견

섬생물지리학 이론에 따르면 작은 서식지는 종 수가 적어야 한다. 하지만 Webb과 Vermaat는 히스(heath, 황야의 석남과 관목) 서식지를 연구하며 정반대 현상을 발견했다.


작은 히스 패치는 주변의 다른 식생(숲이나 초원)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고립되어 종이 적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식생의 종들이 계속 침입해 들어왔다. 작은 패치는 경계 방어력이 약해 외부종의 유입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큰 히스 패치는 내부 환경이 안정적이고 고유한 생태적 조건을 유지할 수 있어, 오히려 외부종 침입에 저항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작은 패치가 ‘본래 종 + 침입종’으로 더 높은 종 다양성을 보였다.


이는 육지 생태계에서 질적 측면(종 구성의 고유성)과 양적 측면(종 수)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전 관점에서는 단순히 종 수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서식지 고유의 종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가장자리 효과의 생태학

원형에 가까운 섬과 달리, 육지의 서식지 패치는 길쭉하거나 불규칙한 형태가 많다. 이때 가장자리와 내부의 비율이 생태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가장자리는 두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대로, 독특한 환경을 만든다. 빛이 더 많이 들고, 바람이 강하며, 온도 변화가 크다. 이런 조건을 선호하는 ‘가장자리 종’들이 서식하지만, 내부 깊숙한 곳을 필요로 하는 ‘내부종’은 살 수 없다.


같은 면적이라도 길쭉한 패치는 가장자리 비율이 높아 내부종이 살 공간이 부족하다. 원형 패치는 가장자리 비율이 낮아 내부종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숲 서식지에서 면적이 같아도 길게 늘어진 형태는 도로나 농경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숲 내부종(특정 조류나 양서류)이 사라지고 가장자리 일반종만 남게 된다.


섬생물지리학의 종-면적 곡선이 이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보전에서는 면적뿐 아니라 패치의 형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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