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크기가 새들의 다양성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3,000개가 넘는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이화여대 이상돈 교수팀은 이 무인도가 새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2010년 발표된 연구는 151개 무인도를 대상으로 섬의 크기와 위치가 조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면적이 곧 다양성이다
연구진이 발견한 가장 명확한 패턴은 섬의 면적과 조류 종수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였다. 경기도의 대초지도와 우도에서는 15종의 새가 관찰된 반면, 일부 작은 섬들에서는 단 1종만 발견됐다. 통계 분석 결과, 섬의 면적이 클수록 더 많은 새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 <0.000).
전라남도 상가치도처럼 880.9 km²에 달하는 큰 섬은 다양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넓은 면적은 곧 지형적 다양성을 의미하고, 이는 각기 다른 생태적 지위를 가진 새들이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낸다. 반면 1 km²에 불과한 옥섬 같은 작은 섬은 환경의 균질성으로 인해 제한된 종만 수용할 수 있다.
거리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육지로부터의 거리는 전체 조류 종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육지에서 115.2km나 떨어진 탑섬이든, 불과 75m 거리의 죽도든 새들의 다양성은 섬의 크기에 더 크게 좌우됐다. 이는 새들의 비행 능력과 관련이 있다. 날 수 있는 새들에게 바다는 나비나 육상 동물만큼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
철새와 텃새의 다른 전략
연구진이 새들을 철새와 텃새로 나눠 분석하자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났다. 철새는 섬의 면적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고(r²=0.258), 육지와의 거리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즉, 이동하는 새들은 큰 섬을 선호하며, 육지에 가까운 섬을 더 자주 찾는다는 의미다.
반면 텃새는 육지와의 거리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섬의 면적과는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일 년 내내 한 곳에서 사는 텃새들은 섬의 크기보다 육지와의 연결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서생물지리학의 현장 증거
이 연구는 MacArthur와 Wilson이 1967년 제시한 도서생물지리학 이론을 한국의 무인도에서 확인한 사례다. 종-면적 곡선의 기울기 값(z-value)은 0.21로, Ricklefs와 Lovette가 카리브해 섬들에서 발견한 0.21과 정확히 일치했다. 지구 반대편의 서로 다른 섬 생태계가 같은 생태학적 원리를 따른다는 증거였다.
보전을 위한 시사점
연구진은 작은 섬일수록 생물다양성이 낮고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척사업, 염소 방목, 쓰레기 투기 등 인간 활동으로 무인도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는 현실에서, 이 연구는 섬 생태계 보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큰 섬일수록, 육지와 가까울수록 더 많은 철새들이 의지한다는 사실은 핵심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원고의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
* 이상돈. (2010). 도서생물지리학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 도서지역의 조류에 관한 연구. 환경영향평가, 19(6), 547-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