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섬 생물지리학

도시 속 작은 섬들, 생명의 통로를 열다

by natflat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천. 그곳엔 철새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서울 탄천의 이야기입니다.


도시화가 만든 생태계의 섬

탄천은 서울시가 지정한 17개 생태경관보전지역 중 하나로, ‘도심 속 철새도래지’라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엔 특별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주변이 아파트 단지와 도로로 둘러싸이면서 생물들의 서식지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떨어진 섬처럼 고립된 것이죠.


섬생물지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습니다. 고립된 섬에서 생물 종의 수와 다양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는 분야인데, 연구진은 이 이론을 도시 한가운데 있는 탄천에 적용했습니다. 실제로 겨울철조류동시센서스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탄천을 찾는 조류의 개체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71dB의 소음, 끊어진 하천


광평교에서 숯내교까지 약 6.7km 구간을 조사한 결과, 문제점들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첫째,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소음이 최고 71dB에 달했습니다. 자연환경보전지역의 소음 기준인 40~50dB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죠. 둘째, 하천을 가로지르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생물들의 이동을 방해했습니다. 셋째, 1990년대 말 용인 지역의 난개발로 인한 생활하수 유입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진이 단순히 문제점만 지적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4종의 새와 1종의 개구리를 위한 설계


연구진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조류 중 4종을 선정했습니다. 흰뺨검둥오리, 비오리, 백할미새, 박새. 각 종의 서식 특성에 맞춰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흰뺨검둥오리와 비오리는 하폭 50m 이상, 수심 2~3m의 환경을 선호합니다. 갈대와 물억새 군락이 있는 곳에서 휴식하고, 모래톱과 자갈톱을 도피지로 사용하죠. 백할미새는 수심 0.2m 이하의 얕은 물가를 좋아하며, 모래톱과 자갈톱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박새는 하천 주변 교목, 특히 버드나무와 아까시나무를 서식지로 활용합니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도 고려했습니다. 43,000㎡ 규모의 정수지를 조성하되, 수심은 0.5~1m로 유지하고, 수면에서 15cm 미만의 이동통로를 만들었습니다. 토양은 점토와 실트를 섞어 깔고, 갈대와 부들, 매자기 같은 수변 식물을 심었습니다.


소음을 차단하는 나무, 새를 부르는 섬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됐습니다.


차폐용 식재: 제방에 구상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등을 조합해 상록수림대를 조성합니다. 동부간선도로 교량에는 덩굴성 목본류를 식재해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미관도 개선합니다.


방음벽 설치: 투명 방음벽은 새들이 부딪혀 죽는 문제가 있어, 목재 방음벽을 설치합니다. 빛 반사가 없고 자연스러운 색채로 시각적 안정감을 줍니다.


보행로 위치 이동: 기존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교량 아래로 이동시켜 하천의 횡단적 연결성을 회복합니다. 조류의 비간섭거리를 고려해 횃대, 인공섬, 징검다리, 식생 완충대를 조성합니다.


생태교육 공간: 시민들을 위한 조류관찰대를 설치하되, 조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거리를 확보합니다.


섬에서 통로로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적용 가능한 설계안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하천의 수심, 하폭, 식생 배치, 소음 차단 시설까지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도면으로 제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설계된 공간이 “단절된 주변 산림 서식지의 생물적 공간을 공유하게 하여 생물다양성 증진과 인간의 상생에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고립된 섬이 아닌, 생명이 드나드는 녹색 이동통로로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2018년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은 서울의 녹지를 ’ 도심을 관통하는 녹지 형태의 생물권보전지역(Urban green corridor biosphere reserve)’으로 정의했습니다. 탄천의 사례는 이러한 국제적 목표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 원고의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

* 출처. 서지혜, 김우열, 윤정도, & 반영운. (2020). 고립된 서식지의 녹색 이동통로 생물유입 가능 디자인 제시: 서울시 한강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한국도서연구, 32(4), 269-286. https://doi.org/10.26840/JKI.32.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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