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나시나요?
분명히 먹었던 건 사실인데, 막상 떠올리려니 가물가물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몇 년 전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은 또렷이 기억난다는 것이죠. 박문호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런 일상의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렸습니다.
우리는 기억을 과거를 담은 ‘사진첩’ 같은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뇌과학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억은 고정된 파일이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현재의 나에 의해 새로 쓰이는 이야기입니다.
뇌는 과거의 조각들을 꺼내 지금의 감정과 의도로 재구성합니다.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으로 매번 조금씩 다른 그림을 만드는 것처럼요. 그래서 같은 사건을 떠올려도, 지금의 기분에 따라 그때의 느낌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땐 분명 그랬는데…” 하며 우기다가 나중에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적, 한 번쯤 있으시죠?
박문호 박사님은 이게 버그가 아니라 진화가 선택한 기능이라고 말합니다. 사실과 일관성이 부딪칠 때, 우리 뇌는 일관성을 택합니다.
왜일까요?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원시시대, 정확한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저 짐승은 위험하다’는 맥락이었습니다. 파편화된 사실들보다 앞뒤가 맞는 이야기가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했고, 그게 곧 생존 확률이었죠.
결국 인간은 ‘이야기꾼’으로 진화한 존재입니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이야기를요.
“벌써 12월이야?”
매년 연말이면 하는 말입니다. 어릴 땐 여름방학 한 달이 그렇게 길더니, 지금은 일 년이 한 달처럼 느껴집니다. 이것도 기억의 작동 방식 때문입니다.
기억은 공간과 시간의 조합입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면, 뇌는 그걸 새로운 기억으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열 개의 날을 하나로 묶어버리죠. 10년이 1년처럼 압축되는 겁니다.
반대로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요? 낯선 골목, 처음 맛보는 음식, 새로운 사람들. 뇌는 정신없이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은 팽창합니다. 일주일의 여행이 한 달처럼 길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시간의 밀도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기억에서 ‘언제’, ‘어디서’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면 무엇이 남을까요? 바로 패턴입니다.
‘바나나’라는 단어의 ‘바’만 들어도 노란색 과일 전체가 떠오르는 것, 이것이 패턴 완성입니다. 뇌는 단서만으로도 전체를 재구성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은 이런 패턴을 추출해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찾는 작업이고, 예술은 그 보편적 패턴 위에 자신만의 해석을 얹는 작업입니다. 같은 악보가 연주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되는 것처럼요.
많이 저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꺼내느냐가 중요합니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흩어진 조각들을 어떤 이야기로 엮어내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오늘 당신의 뇌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나요?
* 원고의 내용과 이미지는 AI 도움으로 만들었습니다.
* 출처. https://youtu.be/xA3-VP7GHZ8?si=XEgc4Fs_C0LU8v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