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박사를 기억하며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허문 위대한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의 유산

by natflat

제인 구달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침팬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어디선가 보신 적이 있다면 아마도 침팬지 옆 그분이 바로 ‘제인 모리스 구달‘일 겁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구달 박사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기억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비록 저는 해안 무척추동물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구달 박사가 걸어간 길이 저를 포함해 많은 동물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960년대, 스물여섯 살의 젊은 여성이었던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과학계는 매우 보수적이었습니다. 동물은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고,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고 여겨졌죠. 하지만 구달 박사는 침팬지들과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발견은 바로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다듬은 다음, 그것을 흰개미 집에 넣어 흰개미를 낚아먹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물건을 집어드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재료를 가공해서 사용한 것이었죠. 이 발견이 발표되자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때까지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것은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굳게 믿었던 정의가 무너진 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달 박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보통 과학자들은 관찰 대상인 동물이나 그 무언가에 번호를 붙이곤 합니다. 편리성과 객관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달 박사는 침팬지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플로, 플린트,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이 이름들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는 침팬지는 구달 박사와 가장 먼저 친해진 생명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침팬지가 구달 박사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꽉 쥐어주었다고 합니다. 마치 “괜찮아, 너를 받아들일게”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또 플로라는 어미 침팬지의 새끼 플린트는 구달 박사의 코를 호기심 가득한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과학 논문에 실리는 차가운 데이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진정한 교감이었습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달 박사는 침팬지들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질투하고, 서로를 돌본다는 것을 기록했습니다. 침팬지들도 우리처럼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구달 박사는 가슴 아픈 현실도 목격하게 됩니다. 침팬지들의 서식지가 빠르게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구달 박사는 단순한 관찰자에서 행동하는 활동가로 변모합니다.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우고, ’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이라는 청소년 환경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했습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일 년의 대부분을 여행하며 환경 보호를 외쳤던 그분의 열정은 마지막 순간까지 식지 않았습니다.


저는 바다 생물들을 공부하지만, 구달 박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바닷가 생명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진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구달 박사의 가르침은 명확합니다. 과학자는 차갑게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나아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요.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의 유산은 수백 편의 논문이나 수상 경력보다 훨씬 큽니다. 그것은 인간과 동물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 우리 모두가 이 지구를 함께 나누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앞으로도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살아 숨 쉴 것입니다. 구달 박사님,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사랑했던 침팬지들과,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일은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메인 이미지는 인공지능 이미지입니다.

참고자료.

1. MBCNEWS. (2025. 10. 01). '[이 시각 세계]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별세 (2025.10.02/뉴스투데이/MBC)'.

2. JTBC News. (2025. 10. 01). "'침팬지의 어머니' 동물 학자·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 별세 #소셜픽 / JTBC 아침&".

3. EBS. (2022. 08. 31). '[EVENT]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제인 구달(Jane Goodall) 1강 침팬지의 숲 | 침팬지들이 제인 구달을 처음 받아들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