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속도로, 함께 달렸습니다
작가의 말. 이 페이지는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 체육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운동회’는 익숙한데 ‘체육대회’는 낯설었습니다. 국민학교 세대인 저는 체육대회라는 말이 회사 단합대회처럼 들려 어색했습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으로는 올해 학부모님들 건의로 체육대회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라진 행사를 꼭 되살려야 하나 싶었고, 일부 열성적인 학부모들만의 요구는 아닐까.. 그런데 막상 행사장에 와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학부모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선생님이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라고 선창 하면 아이들이 따라 하는 숏폼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소음 때문에 힘들어할 주변 아파트 주민들께 미리 양해를 구하는 사과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에 민원을 넣는 분들이 계신다니 씁쓸했습니다. 그런 세상인심에 비하면 저희 아이는 참 감사한 환경에 있습니다. 주변이 논밭인 지방 초등학교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학교 사정은 잘 모르지만, 이 학교에는 ‘도움반’이 있습니다. 언어, 인지, 학습 등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별도로 교육받는 학급입니다. 딸 학년에는 2명이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행사에서는 다른 학년 도움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도움반 친구들은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판 뒤집기도 하고 공 넣기도 하며 모든 체육 행사를 함께했습니다.
체육대회 마지막은 역시 이어달리기였습니다. 다른 활동은 실내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어달리기만큼은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었습니다. 도움반 친구들은 도움 선생님 손을 잡고 함께 뛰며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전달했습니다. 앞서가던 도움반 아이를 사회자가 장난스레 막아서서, 느리게 뛰는 친구가 따라잡을 시간을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이 상황을 두고 뭐라 따지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그냥 모두가 힘차게 응원해 주었습니다. 각자 다른 아이들이 여느 학교 체육대회처럼 서로 경쟁하며 함께 뛰었습니다.
체육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도움반 친구들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함께 뛰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운동장에서 딸아이는 오늘 무엇을 배웠을까요.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달리기 실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배웠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