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탈리 Mar 20. 2023

내 글이 잡지에 실리다니!


 지난 12월, <월간 에세이> 잡지사에서 에세이 기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연말에 특히 바쁘지만, 고심 끝에 청탁을 수락했습니다. 호기롭게 질렀지만, 막막했습니다. Writer’s block, 작가의 벽에 부딪혔거든요.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글이 안 나왔어요. 키워드 조차도요. 최후의 보루로 글감 노트를 꺼냈습니다. 말은 노트지만 사실 애플리케이션이에요. 저는 글쓰기 어플리케이션으로 베어(Bear)를 사용하고 있어요. 직관적이거든요. 해시태그로 폴더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생각 날때마다 새 메모를 작성해요. 키워드나 문장, 사진을 남겨놓기도 합니다.


왼쪽이 베어!


 해시태그 목록을 스크롤링하던 중 #클리프행어 를 발견했습니다. 딱, 그 단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클리프행어란 PBS에서 방영한 영단어 교육 프로그램인 ‘Between the Lions’에 나오는 짤막한 애니메이션이에요. 벼랑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늘 실패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클리프행어를 본 뒤론 술술 풀렸습니다. 초고는 한 시간만에 쓴 것 같아요. 이와 관련된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마감일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매일 수정하는데도, 매일 수정할 부분이 보이다니. 결과물을 만들어 본 분들은 알 거예요. 마감 시간이 되어 보냈지만, 보여줬지만, 내보였지만. 마음 한 켠엔 조금만 더 하면 더 나아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요.



the adventure of cliff hanger 캡쳐


 그 이후론 잊고 지냈어요. 연말과 연초에 워낙 바빴거든요. 두어 달이 지난 주말. 우편함에 책 한 권이 꽂혀 있었어요. 본능적으로 느꼈죠. 월간 에세이가 왔구나! 엄청 빨리 왔네? 청탁을 받았을 땐, 먼 미래 같았어요. 그런데, 눈을 감았다 뜨니 그 미래가 제게 와 있는거 있죠? 가장 빠른 속도로 집에 도착해, 가장 빠른 속도로 비밀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가방과 패딩은 내팽겨치고 의자에 앉아 떨리는 마음으로 잡지를 펼쳤습니다.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삶을 읽을 수 있었어요. 공감하고, 웃고, 통찰력에 놀라면서 <월간 에세이>를 중반 쯤 읽었을까. 제 글이 나왔어요. 깜빡이 없이 맞이한 터라 조금 놀랐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읽었어요. 제 글이 실물 잡지에 실려있는 걸 보니, 초면의 소개팅 상대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메신저로 친목을 다졌어도, 대면하면 또 다른 인상을 받는 것처럼요.


 일주일을 애지중지했던 글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재밌기도 하고, 고치고 싶은 부분도 많았어요. 이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월간 에세이>에 실린 제 글을 읽은 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별로인 것 같아도, 결과물을 내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르다. 실패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내 글이 실물 잡지에 실린 것이 감사하다.


 감정과 기분은 휘발성이 강해, 글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지더라고요. 이렇게라도 붙잡아야 연말에 뿌듯해요. 기억하겠지~하고 넘기면, 연말이 됐을 때 전 2023년에도 별 거 한 거 없는 사람이 되고요. 올해는 꼭! 진짜 정말로! 뭐라도 꾸준히 해보는 사람이 되려고요. 그러려면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겠지만…. 여튼 목표는 그렇습니다.


 기념하기 위해 프리뷰를 남깁니다. 저는 글만 보냈고, 그림은 <월간 에세이>에서 해주셨어요.



<월간 에세이> 2023년 2월, 430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세미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