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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Mar 20. 2024

프랜차이즈 사업은 '인질'을 이용한 사업이다.

'홀드업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문제

경제학에는 '게임이론'이란 게 있습니다. 이 이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은 John von Neumann입니다. 폰 노이만은 1944년에는 경제학자 오스카 모겐스턴과 함께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이론을 체계화했습니다.


각설하고 게임이론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게임이론은 여러 경제주체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 결론이 어떻게 도출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어쩌구 저쩌구~~.’


'게임이론'을 확장한 '내쉬균형'을 소개하여 그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뷰티플 마인드'

프랜차이즈 연재에서 갑자기 게임이론을 꺼낸 이유는 유식을 떨기 위함이 아니라 이 게임이론을 유튜브에서 주워듣던 중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라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홀드업 문제’ 이론은 올리버 윌리엄슨이라는 교수가 분석했고 이걸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증받은 이론이라는 겁니다. 

홀드업이란 이런 느낌인거죠., ^^ 픽사베이 사진입니다.

'홀드업' 이론도 넓은 의미에서 게임이론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게임이론'이 경제주체들 간의 의사결정과 전략적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것처럼, 홀드업 문제도 기업 간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전략적 상호작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하튼, hold-up 이란 단어에는 ‘누군가를 꼼짝 못하게 손들게 한 후 강도짓을 하는 행위’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 단어가 ‘특정 기업에 거래를 의존할 경우 볼모가 될 수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도급 계약입니다. 예를 들면 현대나 삼성 같은 대기업이 어떤 중소기업에 오로지 자신들만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게 하는 도급 계약을 맺습니다. 해당 중소기업은 그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무리 없이 공급하기 위해 특수한 기계를 들여 설비를 확충하고 심지어 다른 거래처를 끊고 해당 대기업에 몰빵합니다. 자 여기까지는 꽤 긍정적입니다. 거래 상대방인 대기업이 돈 때 먹을 염려도 없고 물량도 안정적이니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홀드업’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제부터 그 대기업은 ‘절대적 거래 의존’이란 조건을 이용하여 납품 단가를 후려칩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는 여러분들도 뉴스를 통해 꽤 자주 들어 보셨을 겁니다. 바로 ‘하도급 갑질’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여기서 hold-up을 소개할까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듯합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바로 이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를 이용한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특정 기업에 거래를 의존할 경우 볼모가 될 수 있다’라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만든 사업이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겁니다. 감이 오시나요?


언듯 이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도급과 달리 가맹점주가 물건을 파는 상대방은 일반 고객이고 본사가 오히려 가맹점주에게 물건을 파는 입장이니 말이죠.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본사가 만든 '계약서'에 의거 가맹점은 오로지 본사에 종속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거래는 본사가 제시한 규칙에 따라야 하고 심지어 일정 수준의 자본을 본사의 지시에 따라 투자를 해야 하죠. 


더 쉽게 말씀드리면 프랜차이즈 업종은 계약하는 순간 가맹점주가 본사에 절대적으로 거래를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여러분의 사업에 투자한 자본과 생계는 자연스럽게 본사의 볼모(인질)가 됩니다. 바로 이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입니다. 물론 최초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런 불순한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닌 듯하지만 말이죠. 


뭐가 어찌 되었건 ‘어떤 기업에 거래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이라면 해당 거래처는 당신의 사업과 생계를 ‘인질’ 삼아 당신을 좌지우지할 것이다‘라는 겁니다. 즉, ‘갑’의 손가락 방향에 따라 좌로 가고 우로 가야 하며 때로는 그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면 당신과 당신의 가족, 직원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는 거죠. 그게 참 씁쓸하지만 우리 인간 세상인거죠...


그래서 여기 프랜차이즈 창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이를 이해하고 이 사업에 뛰어드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여러분은 생각 외의 상황에 큰 충격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홀드업 문제의 흥미로운 사례가 미국 GM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GM 본사가 하청 업체에 갑질을 한 게 아니라 GM 자동차의 차체를 독점 납품하던 하청 업체가 거꾸로 이 독점 납품 조건을 이용하여 GM을 압박, 매년 납품가를 올렸고, 그렇게 하청 업체에 멱살을 잡혀 끌려가던 GM 본사가 어느 날 빡쳐서 해당 기업을 인수 합병했다고 합니다. 참 재미있죠? 당시에는 대기업도 순진했던 모양입니다. 


좀 더 부연 설명하면 과거의 이런 경험 때문인지 이제 원청 기업은 하청 기업에 독점 납품권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만 하더라도 포장지나 박스 등 납품 업체는 언제나 두 개 업체와 거래합니다. 그래야 경쟁도 시키고 돌발 변수도 비켜 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을’인 여러분은 두 개의 본사와 거래가 가능한가요? 불가능합니다.


우린 이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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