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10년 차가 보는 합격 관상 ep.3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밝게 탈색한 레이어드 장발은
앞머리가 코끝까지 내려와 눈을 다 가리고 있었고,
팔토시를 낀 것 같은 긴소매 티셔츠에
신발은 검은 닥터마틴 부츠를 신고 있었다.
티셔츠 위로는 나름 브라운 재킷을 걸쳐
면접용 의상처럼 보이고자 했지만
전반적인 인상은 무대 의상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와... 락커 같은 분이 오셨네.‘
스타트업 면접이라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참석하라고 안내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스타일은 또 처음이었다.
‘의외로 이런 분이 재야의 고수일지도!’
기대감을 갖고 면접을 시작했다.
첫 질문은 전 직장 퇴사 사유였다.
“제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펫 케어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 말까지는 평범했다.
하지만 이내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보더니
“잠시만요. 조금만 쉬었다가 말할게요.”
그리고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회의실 안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나는 당황해하며 황급히 휴지를 건넸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제가...
그 회사를 다닐 때 키우던 반려견이 있었는데요,
흐흑....
얼마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게 갑자기 생각나서…
죄송해요...
주책이죠 정말... “
애써 괜찮다고 타이르며
면접을 진행했다.
다음 질문은 포트폴리오였다.
가장 자신 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되려 되묻는다.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프롸블럼 쏘올빙을 잘한 케이스고,
다른 하나는 비주얼 킥이 한방 있는 프로젝트인데,
어떤 걸 원하시나요?”
으잉?
보통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걸 미리 준비해 와서
당연하듯 그것부터 설명하는 흐름인데,
되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웃음은 꾹 참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럼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젝트로 들어볼까요?”
그 프로젝트는,
뭐랄까...
허술하기 그지없는 내용과 발표였다.
약간의 허세를 곁들인...
아, 이 분은 아니구나.
이미 판단은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면접을 성실히 이어갔다.
공백기엔 무엇을 했느냐고 묻자
“AI도 공부했고요, 3D 렌더링도 조금 해봤고요...
뭐... 이것저것 많이 했습니다.”
그러더니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실은… 음악을 하고 있어요.
앨범 준비도 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빵 터졌다.
‘와... 진짜였구나.
이 분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정말 록스타가 되고 싶었던 거였어!‘
그 뒤로 면접은 오히려 편해졌다.
이미 실력 검증은 끝났고,
그 순간부터는 그분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됐다.
밤새 소주 한잔 마시며 대화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분.
사무실 보단 무대가 어울릴 거 같은 분.
사람으로선 참 매력이 있었지만,
같이 일하긴 어려울 거 같았다.
화기애애했던 면접이 끝났고
만장일치로 불합격.
하지만 그분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