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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Nov 28. 2019

비전공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과학 용어

이론, 법칙, 원리, 가설....무슨 차이가 있을까?

혹시 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이 기사를 보시면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아니, 과학적 법칙이라면서 어떻게 그 법칙이 깨질수가 있는거지?



과학에서 사용하는 '법칙'의 뜻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인데요.


이 글에서는 비전공자들, 혹은 과학에 아직 입문하지 않으신 분들께서 과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가장 많이 혼동하고 헷갈리는 용어를 짧게 다루려고 합니다. 



과학 용어들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다른 뉘앙스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 공부를 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처음에 대단히 진입하기 어렵고 헷갈립니다.

저 또한 철학과에서 물리학과로 전과하면서, 이러한 용어들을 (맞아가면서ㅠ)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과학적인 활동을 분석하고, 용어들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바로 과학철학자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과를 떠났지만, 과학철학의 내용을 조-금 넣어서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ㅠㅠ) 



가장 헷갈리는 용어 네 가지를 뽑자면 이론, 법칙, 원리, 가설 입니다.

이 용어들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면, 유사 과학에 빠지기 쉽게 됩니다.


그렇담 네 가지 용어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가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잠정적 설명.


이론: 그러한 현상이 왜 'WHY' 일어나는지 설명.


법칙: 무슨 'WHAT' 현상이 일어나는지 진술.


원리: 어떤 현상에 대한 논리적인 일반화.


음..딱딱하고 어려우니까 예시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백조로부터 출발합니다.

영국에서 사람들이 백조를 자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유심히 살펴보고

"모든 백조는 흰색이다"라 말하게 됩니다. 이것이 법칙입니다.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이 열심히 분석해서, 모든 백조가 왜 흰색인지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먼 과거 백조를 창조한 신이 백조에게 흰 우유를 먹였다." 이것이 이론입니다.

(뭔가 좀 이상하죠? 일단 계속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를 여행하고 온 한 여행자가 영국 사람에게 외칩니다.

"프랑스에는 검은 백조가 있다!"

난리가 난 영국 백조학회는 직접 프랑스로 답사를 떠나는데요. 검은 백조 뿐만이 아니라

파란 백조, 빨간 백조 등이 발견됩니다. 과학적으로는 '관측'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나서 백조학회는 수정된 결과를 냅니다.

"백조라는 XXX새의 일종이며, 여러가지 색깔의 변종이 있다."

이 진술 역시도 법칙입니다. 이처럼 법칙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칙들을 본 어떤 학자가

"백조의 깃털 색깔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무엇에 의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가설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발표하는데요.

"백조의 깃털색깔을 결정하는 유전 인자가 있다."

"유전 인자는 백조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형질을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이론입니다. 앗. 무언가 감이오시나요?


비 전공자이신 분들은 법칙 하면 무언가 대단한 진리, 자연에 숨겨진 대단한 규칙을 생각하시겠지만,

과학에서 말하는 '법칙'은 어떤 "관측에 대한 일반화된 진술"을 의미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법칙'을 모아서 어떤 논리적인 설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원리라고 부릅니다.


이론은 끝판왕입니다. 이론은 법칙과 원리를 모아 만든 체계적인 설명을 의미합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전제로부터 출발해서 기존의 법칙(진술)들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체계를 만듭니다. 수많은 법칙(관찰에 대한 진술)을 포괄하는 원리를 제시하고, 이것들을 모아서 커다란 이론이 만들어집니다. 


마치 건물을 세우는 것과 비슷한데요. 벽돌(법칙) 뼈대(원리)를 모아 건물(가설)을 만듭니다. 그런데 건물 중에서는 부실 건물도 많죠?^^ 이렇게 만들어진 많은 건물 중에서, 완전 잘 만들어져서 대단히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을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즉 이론은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 서두에서 '옴의 법칙이 깨진' 소자를 발견했다는 것을 다시 예시로 들어봅니다. 분명 '법칙'에 예외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론 내에서 그 예외를 설명할 수 있거나, 새로운 이론으로 그것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론은 강력합니다.


 "애걔 그거 그래봐야 이.론.아니야?"


과학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모든 사실은, 이론입니다.


많은 분들은 법칙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론은 그래봐야 이론이라고 하시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이론은 현재까지 널리 인정받는 "과학적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설과 이론을 혼동하시는데요. 가설 역시도 어떤 것을 설명하고자 하지만, 아직은 인정받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은 뒤집힐 수 있습니다. 


이론이 이처럼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존의 이론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현재의 이론보다 더 뛰어난 설명을 하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면 이론은 뒤집히게 됩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이처럼 새로운 이론을 갈고닦으며 발전했습니다. 과거의 이론들은 당시에는 각광받았을지 몰라도 오늘날엔 폐기된 것들이 많습니다.(백조와 흰 우유 기억하시죠^^?) 그리고 현재의 과학 이론은 아주 타당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뉴턴의 법칙 VS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뉴턴은 '법칙'이고 아인슈타인은 '이론'이라서 아인슈타인이 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뉴턴의 법칙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법칙+원리입니다. 뉴턴이 "사물의 운동을 열심히 분석하다보니까 일반적으로 이렇더라~"해서 일반화한것이 뉴턴의 3법칙입니다.


뉴턴의 3법칙을 토대로 세워진 이론이 바로 <고전역학>인데요.

이 고전역학은 빠르지 않고, 작지 않은 세계, 우리의 일상생활을 잘 설명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빛의 속도에 가까운 세계에 이르러서는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고 맙니다.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을 포함한 새로운 이론입니다.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까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성이론을 우리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성이론을 일상적으로 근사하면 고전역학의 방정식과 같아집니다. 그러니 여전히 일상생활을 설명하는데는 고전역학이 충분히 쓸모 있는 셈입니다.



과학은 정말 진리인가?


여러분들은 여기서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이론이라면, 과학이 연구한 것은 정말 진리인가?


이론이 무엇이었죠? 이론은 관찰에 대한 진술(법칙)과 일반화(원리)로 무장해서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설명이 '타당하다고 인정 받아야'되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과학이 알아낸 지식이 진정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느냐'는 철학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통 세 가지로 의견이 갈리는데요.

단지 과학의 능력이 모자랄 뿐, 진정한 진리가 존재해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적 낙관론자'


진정한 진리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 


='지적 비관론자'


있든 없든 알 수 없다!


='불가지론'


이렇게 셋입니다.



과학의 지식과 이론의 영역을 넘어, 그것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어떤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과학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형이상학이거나 종교거나 공상..?이겠지요.


과학은 관측을 중심으로 합니다. 관측과 실험이 없다면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이렇게 관측해서 얻어진 자료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서 이론을 뚝딱 만듭니다. 그리고 또 처음부터 반복하면서 발전합니다.^^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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