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고 다른 세상을 만나자

by 오늘광장


내려놓아야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요즘 며칠째 비가 이어졌다. 그 탓에 늘 하던 산책을 미뤄두고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비 오는 날, 나 혼자만 이렇게 산책을 하는 건 아닐까?’


산길을 오르며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곳곳에서 우산을 쓴 사람들이 보였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이라니. 그동안은 한 번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다.
‘비 오는 날은 나가지 않는다’라는 내 안의 고정관념이 나를 가두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걷는 산길은 의외로 좋았다. 빗소리는 더 또렷했고, 나무와 풀에서 올라오는 향은 코끝을 간질였다. 비 덕분에 세상은 오히려 더 맑고 고요했고,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나만의 세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일들에도 고정관념에 얽매여 산다. 누군가의 시선, 오래된 관습,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들이 우리의 선택과 자유를 조용히 막아선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문화가 변하고, 문명도 변한다.


추석 명절만 보아도 그렇다. 예전에는 조상을 모시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족이 모여 안부를 나누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고, 어떤 이는 쉼을 선택한다. 이런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시대의 흐름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세상이 변하면 그에 맞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변화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너무 빠른 변화는 혼란과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무작정 거부할 필요도, 무조건 따라갈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형편에 맞게, 나의 속도에 맞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공자는 말했다.
“지나치게 빠른 것은 느린 것만 못하다.” 변화를 받아들이되,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중심이다. 오늘 우산을 쓰고 걸으며 깨달았다. 고정관념 하나를 내려놓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을.


신중년의 삶은 이제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시간이다.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붙잡고 있던 생각들을 조용히 하나씩 들여다볼 때다. 새롭게 만나야 할 세상은 어쩌면 전혀 다른 생각과 태도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변화한 세상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른 세상을 만나려면 지금의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려놓아야 비로소 보인다.


우산 아래에서 만난 오늘의 산길처럼,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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