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명이 꺼져가는 징후를 알아챌 수 있을까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작은 변화는 잘 알아챈다.
'숨을 쉴 때,
좌측 늑골 아래쪽이 조금 더 움직이게 되었는지'
'말할 때,
눈과 함께 움직이던 입꼬리가 덜 따라오게 되었는지'
'오른쪽 날갯죽지에
실려있던 긴장이 절반 정도는 덜어졌는지'
그런 미세한 차이는
내 눈과 손끝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삶과 죽음의 차이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뭔가 큰 낙차가 있을 줄 알았다.
꺼져가는 생명을 마주하면
차가운 공기가 감돌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제 곧 끝이 오려나 보다'
하는 신호 같은 게 느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생명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아버님을 모시고
아들이 내원했다.
멀리 사는 아들이 아버님 혼자 계신 곳으로 와
가장 좋은 것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내가 알기에,
나는 정성을 다해 진맥을 하고,
몸의 흐름을 살피고 따라가며,
약을 지었다.
몇 달 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약은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약을 다 드시기도 전에 돌아가셨어요.
좋은 걸로 해주신 것 잘 알아서...
혹시 그 약, 제가 먹어도 될까요?"
그 목소리는 담담했고,
그 담담함이 더 깊게 남았다.
또 어떤 날,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님을 모시고 딸이 내원했다.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있었지만,
아버님은 꼿꼿했고 "그냥 입맛이 없을 뿐"이라고 하셨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해보셨는지 물었다.
"안 그래도 검진을 해 보았는데,
검진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한의원으로 왔어요."
나는 징후들을 정리하고,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
그다음 날,
다른 병원에서 재검을 받고
4기 암진단을 받았다는 전화를 주셨다.
어떤 생명의 꺼져감은,
그토록 조용하게,
거의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온다.
마치 바로 어제까지도 살아 있었던 사람이
오늘은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을 만큼 평범하게.
엄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나는 같은 집에 있었다.
췌장암으로 복수가 차고,
가슴이 답답해 잠을 못 자는 밤이 계속됐지만,
화장실도 혼자 다니시고, 정신도 너무나 또렸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내 생각엔- 너무나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한의사로서
수많은 생의 흐름을 진맥 하고,
수많은 몸의 신호를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죽음이 다가오는 그 미세한 기척을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하겠다.
삶과 죽음은
생각보다 먼 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숨결 하나, 눈빛 하나,
아주 미세한 멈춤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경계를 무서워하면서도,
그만큼 더 조심스럽게,
더 깊이 사람을 들여다보려 한다.
죽음은
삶의 맞은편에 있지 않았다.
그저 삶의 한쪽 구석에,
아주 조용히, 이미 오래전부터 머물러 있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척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과연
삶과 죽음의 차이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작은 변화보다
더 작은 것일까.
아니면,
너무 거대해서
우리가 감히 들여다보지 못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