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다음 진료실, 다음 인생 챕터

그 안에서 성장했고, 이제 나는 다음으로 나아간다

by 조자연

진료실이라는 공간은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작은 사랑과 정성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참 외로운 공간이었다.


동료도, 보호망도 없이
모든 결정을 매일 혼자서 내려야 하는 곳.


좁고 반복적인 공간에서
늘 스스로 판단하고 견뎌야 했다.


마음을 다했는데 오해를 받았을 때,
진심을 전했는데 외면당했을 때,
작은 배려가 무시되거나 거절된 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환자에게서 위로를 받던 날,

환자를 통해 엄마를 다시 떠올리게 되던 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소소한 날들,


그 모든 날들을,

누구 하나 알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진료실 한편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감정을 오래 품고 있었다.


어쩌면 그 외로운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썼다.


나는 할 말이 참 많을 줄 알았다.


진료실 안에서 겪은 수많은 날들이
끝도 없이 글이 되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쓰면 쓸수록,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그 감정들은

어디에도 놓을 수 없어서
내 안에 오래 쌓여 있던 마음이었다.


그걸 꺼내어 하나하나 적어보니,

그 모든 순간이
결국은 나를 성장시킨 시간들이었다.


마음 아팠던 장면들도,

감동을 주던 일들도,

속상했던 일들도,
지금은 내 이야기를 구성하는 한 조각이 되었다.


글로 적어가며,
그 시간들을 조용히 묶어낸 기분이다.


이제는
더 크고
더 넓은 마음으로

더욱더 성장한 치료자로

다음 길을 가보려 한다.




그동안 이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마무리지만,

저의 이야기는,

이제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더 깊어진 마음과 단단한 내면을 안고,

다음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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