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다. 이유는 딱히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요 며칠간 꽃을 배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두고 가만히 보아도 예쁜 꽃을 어떤 방법으로 다루어 얼마나 더 아름답게 장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꽃을 좋아한다. 이유는 딱히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본능적이라고 해야 할까. 꽃에는 이상한 기운이 있어 종종 내 하루는 한 송이로도 완전히 달라진다. 꽃은 자연에서 온 크고 멋진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대게 꽃을 건넬 줄 아는 사람들은 꽃 같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멈춤으로 피어나는"이라는 의미 부여까지 더해 더욱 견고히 애정하게 된 것이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꽃 배우기는 늘 망설이다가 놓아버리곤 했다. 올해 초 플라워샵 창업 관련에 대한 학원 상담을 받았던 담당자분이 대뜸 "혹시 지금 창업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꽃집이 넘쳐나서 힘들어요."라며 시작도 전에 기를 한껏 눌려 포기했다. 이미 다니던 직장을 내려놓을 만큼은 아니었다.
지난달,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자기소개 시간에 "언젠가라도 한번 배워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수업을 신청하게 됐다"라고 했다. 굉장히 비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그 일을 전처럼 좋아할 수 없게 된다고 흔히 말한다. 이유가 뭘까?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건 터무니없는 환상에 가까운 걸까. 아마 자신이 좋아하게 된 이유들보다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에 더 비중을 두고 대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누군가의 투정일까.
6일 동안 비슷한 꽃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보고 있자니 심술이 핀다. 길가의 꽃을 보며 들뜬 설렘을 전보다 덜 느끼고, 앞으로 만들어야 할 구체적인 작업물에 대한 부담이 들기 시작한다. 멋지게 완성된 작품만 보고 쉽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지런히 새벽시장에 가야 하고, 하루종일 몸을 써가며 작업을 하고, 이 와중에 칼과 가위를 다루기 때문에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하면 저절로 뾰로롱 하며 요술을 부리듯 완성되는 일은 없다. 길가에 핀 모든 꽃이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