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과실수 포기 이유
전원생활을 하기 전,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정원에 과일나무 심기였습니다.
'봄이면 온갖 과실수 꽃이 피고, 그 꽃들은 벌과 나비를 부르고, 앵두나무 가지엔 방울새가 가족을 이루며, 가을이면 빨간 사과가 한 폭의 정물화를 연출할 것입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힐링이었습니다. 5년 전에 꿈꾸었던 로망이었는데, 현실은 좀 차이가 났습니다. 정원에 자라는 잡초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이젠 풀 뽑는 것도 지쳐 밀림을 이룬 지 오랩니다.
정원 과실수 감상? 김매기에 정신을 뺏기다 보면 감상이고 뭐고, 아무런 감흥이 없어집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때가 되니 꽃이 피었구나 정도입니다.
빨간 사과가 연출한 정물화? 그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당최 사과인지 돌배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거무튀튀한 것이 볼상 사납습니다.
빨간 사과가 되기까지 숱한 농약 살포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정원수에 예쁘게 둥지를 튼 산새를 보는 것 또한 사치스러운 상상이었나 봅니다.
사과나 앵두, 블루베리가 익기 무섭게 새들이 달려들어 초토화를 시켜 버립니다. 녀석들은 적당히 먹을 것만 챙겨가면 좋으련만, 멀쩡한 배나 복숭아, 사과를 쪼아 놓기 일쑤입니다.
평소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물까치와 까마귀, 까치도 과일나무에만 앉으면 오손도손 그렇게 친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더 많은 과일을 망가뜨리는지 내기라도 한 양, 삽시간에 과실수를 처참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녀석들은 그야말로 귀신같습니다. 과일에 단맛이 돌기시작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맛보기 무드에 돌입하는데, 쫒는 것마저 포기하게 만듭니다.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쫒으면 3미터 정도 물러났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합니다.
이쯤 되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원 과실수는 꽃만 감상하고, 과일은 새들에게 양보하는 것으로 생각을 정했습니다.
생각한 것이 화분재배입니다. 과실수 화분은 데크에 놓으면 아무리 용감한 새들도 정원에 먹을 게 풍부하니 위험을 무릅쓰고 집안까지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년 전부터 블루베리 화분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원에 심어 놓은 것들은 새떼들의 극성에 남아나는 것이 없는데, 화분에서 자라는 녀석들은 건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블루베리는 화분에서 키우기에 적당한 과실수 중 하나입니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상쾌합니다. 아마 아파트 베란다에 키우기 딱 좋은 과일나무가 블루베리일 것입니다.
올해는 다닥다닥 달린 블루베리를 이용해 와인 담그기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화분에서 키워낸 잘 숙성된 블루베리 와인을 올 크리스마스이브날 가족과 함께 마실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정원이나 노지가 아닌 베란다나 데크에서 블루베리를 키워보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따라 시도해 보시면 쉽게 성공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