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 속, 낯선 그림자
7화: 감춰진 진실
“기억하고 있군.”
그 남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그가 남긴 USB를 확인한 후,
하우은은 부다페스트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출국 직전,
그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전화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통화를 받을지 고민하는 순간,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 당장 본부로 와라.]
보낸 사람은 국가안보실 해외정보정책국.
그 순간,
하우은의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났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공항이 아닌,
서울 한복판의 한 건물로 향했다.
국장과의 만남
국가안보실 해외정보정책국.
겉으로는 외교 관련 정책을 다루는 정부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기밀 작전을 수행하는
소수 정예 요원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우은 역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이곳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5년 전,
그는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니,
떠나야만 했다.
그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평범한 삶을 살려고 했다.
그러나,
과거는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그는 회색빛 복도를 지나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국장이 앉아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국장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세월과 복잡한 감정이 스며 있었다.
하우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이제야 연락하셨습니까?”
국장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으니까.”
아버지의 흔적
국장은 하우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말했다.
“네 아버지가 이곳에서 일했다는 걸,
너는 이미 알고 있었겠지.”
그 말에,
하우은은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아버지가 해외정보국 소속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장과의 관계는 몰랐다.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래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보고서였다.
보고서 맨 아래에는,
국장의 서명과 함께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 보고서를 받는 즉시,
내가 떠난 뒤에도 하우은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그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운명의 연결
하우은은 국장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가 왜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멀리서 지켜봐 주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국장은 아버지의 절친한 동기이자,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하우은이
언젠가 이 조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O-9 조직을 쫓았다.”
“그리고, 네가 그 임무를 이어받을 거라고 믿었지.”
하우은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선택할 수 있는 운명을
스스로 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다시 이 길 위에 서 있었다.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를 이끌고 있었다.
새로운 임무
국장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떠난 이후,
O-9는 더 강력한 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너의 존재를 알고 있어.”
“너는 이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하우은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보통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국장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던졌다.
“부다페스트로 가라.”
그 말이 끝나자,
하우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었다.
그는 국가안보실 해외정보정책국 소속의 요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임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사냥을 시작하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랜만에 되찾은 전장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까지 그가 마주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적이었다.
[다음 화 예고]
부다페스트에서 밝혀지는 O-9 조직의 정체.
그리고, 하우은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