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불금, 이 시간에 딱 어울리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밝혀두자면, 나는 인문학적 소양도 없고, 예술적 감식안도 없다. 그러니 이 글은 평론도 아니고, 비평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고, 오로지 기분 따라 적어 내려 간 이야기다.
영화 제목은 ‘녹차의 맛’이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처음 듣고 호두마루니 녹치마루니 하는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가 누추한 사람이라서 그렇고, 이 글을 읽는 귀한 독자분들은 결코 그런 상상을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이 영화는 ‘신방과’를 전공한 한 사람에게 추천받았다. 본인의 인생 영화라며 강하게 추천했다.
‘인생 영화’라니. 그 한마디에 끌렸다. 전공자의 추천이라 더 궁금했다.
당연히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대충 리뷰도 읽었다. 근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꾹 참고 끝까지 봤다. 그리고 나도 네이버에 접속해서 한 줄 평을 남기고, 별점도 줬다. 그 별점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건,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예술적 감각이 떨어져서… 그렇게 스스로를 하향평준화시키며 자책도 해봤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이건 내가 본 영화 중에, 속된 말로 ‘가장 얼탱이 없는’ 영화였다.
영화 보는 내내 시계만 봤다. 사우나에 앉아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때처럼,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랐다.
영화를 추천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어땠어?”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최악이었어. 정말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아.”
감독과 작가가 담아내고자 한 메시지, 그 어떤 의도도 내겐 도달하지 못했다. 아, 이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감상의 차이일까?
나는 반성도 해봤지만… 결론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이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했다.
“진짜 괜찮아. 꼭 봐야 해.”
진심을 담은 말이 아니라는 걸, 나만 알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영화를 본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하나같이 나에게 분노를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비속어도 섞여 있었다.
나는 웃었다. 나만 당하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 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도 이 영화를 조용히 권한다.
‘녹차의 맛’
부디, 여러분도 그 특별한 맛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