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예술을 평론한다면 신형철처럼.

by 경계선

신형철, ⟪인생의 역사⟫, 난다, 2022.


나를 머무르게 하는 문장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신형철을 떠올린다.

선명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려면, 쉽게 읽히지만 구태 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단어와 문장을 쓰다 지웠을까를 생각한다.


처음에는 신 평론가에 대한 사유의 깊이에 대해 주목했다. 자잘하게 쪼개 무언가를 분석하고, 분석한 내용으로 나의 상황을 반추하는 거울로 삼고, 더 나아가 내 주위를 둘러싼 사회나 환경에 대한 문제 해결로 확장해 보려는 방식. 사고의 깊이와 폭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측정도 어렵고 우열을 가리기도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정량화는 그만두기로 하고. 그러나 대단한 철학자 그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한 모든 것들을 오롯이 책이나 문서로 남긴 사람은 없다고 말한 한나 아렌트의 말을 떠올린다.

그래서 말인데, 대체로의 작가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대중적인 글을 쓰는 그가 가진 표현력에 경외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이 아닐까, 그냥 술술 써 내려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서는, 그리고 이 전의 그의 글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쉽게 나온 문장은 한 문장도 없었으리라 추측한다. 꾹꾹 눌러쓴 정성스러운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어미, 조사까지도 세심하게 고른 흔적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농도 깊게 쓰인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이 정성을 구별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는 한 AI로 쓰인 글이 우리가 읽는 모든 텍스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글 쓰는 누군가에게, 나처럼 아마추어로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고 감사하게 된다.


그래서 신 평론가는 시를 통해 인생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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