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의 집이 되어.

일상에는 페이드 아웃이 없지만.

by 경계선

요아킴 트리에 감독, ⟪센티멘탈 밸류⟫, 2026


가족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다. 해야 할 이야기들은 정해져 있는 것만 같고. 답이 정해진 것 같은 이야기들을 검열하여 내보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주제랄까. 나는 가족이라는 주제로 무언가를 쓰는 일은 고되다. 고되어서 잘 쓰지 않는다. 글을 쓰게 된 것이 가족 덕분이거나 가족 때문 일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피로하고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모든 것들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계절, 3월이다. 내게는 한 해의 시작과도 같은 달. 나는 이 계절에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는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늘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난 늘 그렇게 3월을 흘려보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나였으므로. 아마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결혼할 때였다. 지금 상당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지만 아니란다,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허술한 구석이 많아. 혼수며 신혼여행이며 심지어 꼭 이 사람과 이 시기여야 했었는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게, 사실은 어쩌면 그 자체가 너일 수도 있어. 큰 외숙모가 나에게 해주었던 그 말씀. 지근거리에 있어도 한 해에 연락을 서너 번도 안 하는 나에게 스무 해가 넘어가도록 여전히 볼 때마다 변함없이 살가우신 큰 외숙모님이 가족이 되는 게 결혼이라면 특히나 더욱 이성적이거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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