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인생공부였던 나의 어학연수
# 스펙(sepecification)이 뭐길래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 등등등
2~3년 정도만 일찍 대학생이 될 수 있었더라면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스펙(spec)이라는 용어를 접할 일도 거의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내가 졸업을 할 무렵엔 취업을 위해 온갖 점수와 자격, 경험 등을 갖춰야 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다녀온 군대... 복무기간 단축도 없이 꽉 채운 30개월(공군 현역 기준), 그리고 마치 필수 코스처럼 인식되었던 어학연수까지...
토익점수 고득점과는 별개로 어학연수가 직장생활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당시 유행처럼 너도나도 무리를 해서라도 외국을 다녀오게 만드는 풍토가 생겨났던 걸까? 외국어 학습적 측면에선 그저 (어학연수를 미국으로 다녀와 본 입장에선) 외화낭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2, 3년 이상 머물면서 확실하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닐 바에는 그냥 국내에서 학원 등을 이용해서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
어학연수의 진짜 의미는... 어학을 배움에 있지 않고 해외 현지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이질적인 문화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마저도 지나고 보니 나름 리스크가 꽤 큰 도전적 경험들이 상당했다. 얼마든지 본인이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얼마든지 망가질 수도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었다. 타지에서 홀로서기에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아지는 반면에 우리나라 대비 상대적으로 마약이나 총기류 등과 같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물에 자연스레 노출되고 접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순간의 선택을 어떻게 하고 자신을 어떻게 지켜내는지에 따라 본인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10-20대 어린 나이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경우 그 사실 자체가 주는 일종의 해방감에 취해 호기심으로 비롯된 '일탈 행위 한두 번쯤'이 문제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접하는 마약 관련 이슈들이 20여 년 전에는 어떠했을까? 실제로 마약류 중 대마초 같은 경우에는 20년 전 외국에서는 당시에도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크게 거부감도 거리낌도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건 대마초는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어 크게 위험하다는 인식 자체도 없었다. 평소 흡연자에게도 대마초는 그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에 빠져들기도 쉽지 않지만, 문제는 한두 번의 시도가 쌓여 중독이 될 경우다. 그저 마약은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
도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외국에서는(특히 미국의 경우) 카지노 입장이 자유롭다 보니 라스베이거스에 관광으로 놀러 가 호텔 내 카지노 방문하듯 경험 삼아 가보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지만 이역시도 중독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만약 소액이라도 따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했을 경우는 특히나 더욱. 블랙잭과 같이 일정 수준의 룰을 익혀 게임하듯 재미로 하는 종목도 있지만 바카라, 룰렛 등은 그냥 도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타고나기를 승부욕이 강한 어린 친구들은 입구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음을 배웠다. 게임머니의 형태로 돈이 칩으로 변환되는 순간 개념이 사라진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돈을 걸어 게임을 지속하라는 주문으로 실내에는 공기청정을 위해 산소를 주입한다. 음료가 무료인 것은 기본. 총 서너 차례에 걸쳐 블랙잭과 바카라를 통해 이기지도 못할 게임에 도전하여 결국 난 거의 석 달 치에 달하는 생활비와 용돈을 날렸다. 평소 도박에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나조차도 이러는데 하물며 기질이 다분한 사람의 경우엔 피해가 훨씬 심각할 수 있음을 몸으로 배웠다.
그 뒤로 카지노는 가지도 않았고 갈 일도 없어 다행.
다만 이를 대신해 주식과 코인에 손을 대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