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년기 part4

어른의 맛

by navygrey

# 술, 그리고 담배


고교입시 실패에 이은 또 한 번의 실패와 좌절. 앞서의 경험과는 달리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패이자 좌절이었다. 노력도 하지 않고 원하는 것만 얻으려던 도둑놈심보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았다는 점, 다시 말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실패스럽고 좌절스러웠다. 결국 그냥저냥 대충대충 하고서 결국 서울 소재의 중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것도 기울인 노력 대비 괜찮았던 성과였을지도...


재수를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우물쭈물 일단 입학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에 시작된 대학생활. 원하던 대학이 아니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이래저래 당시 유행하던 TV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던 대학 생활이나 캠퍼스의 낭만 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음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다만, 성인행세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만 살아있던 때. 먼저 시작했던 건 술과 담배였다. 요즘에야 술과 담배는 가급적 금해야 하는 대상이자 혐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당시엔 특히 남자의 경우 술과 담배를 못하거나 안 하면 조금 어디 모자라거나 부족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배워서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20대 초중반 시기는 어디서 무얼 했건 간에 상당 부분이 술과 담배로 채워져 있었던 듯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한 잔, 나쁜 일이 있어도 한 모금... 혼자 있건 함께 있건 말이다. 뭘 남기고 지키코자 한 행위는 아니었건만,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투성이다. 우선은 젊음을 믿고 탕진한 결과 건강을 차츰 잃어갔고, 당시 함께 생각과 감정을 나눴던 시절인연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둘 사라져 갔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상도 마찬가지. 그냥 말없이 소비되어 사라지는 술과 담배 같았다.


비어 가는 술병, 까만 재로 변하고 사라지는 담뱃불.

공교롭게도 술과 담배 모두 쓴 맛이 베이스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술과 담배와 같이 쓴 맛을 경험하면서 이를 즐길 줄 알게 되는 것'으로쯤 나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