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부러 백수가 되었다!

백수 도전기(1)

by 글짓는 베짱이

내 인생에서 백수기간이 이렇게나 길어질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6년간의 해군 장교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증권회사 근무, 그리고 3년간 학원 강사생활과 이어진 12년간의 학원 운영, 마지막 3년 반의 프랜차이즈 가게 운영을 끝으로 갑자기 나는 백수가 되었다.


아니, 사실 일부러 백수가 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올 8월 초 가게를 넘기기 훨씬 전부터 가게가 정리되면 당분간 좀 푹 쉬면서 재충전도 할 겸 휴식의 시간을 길게 가져 볼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그러한 마음속 계획은 항상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기란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기에 지킬 수 없는 로망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였다!


괜찮은 수익을 안겨주던 가게를 정리하면서 계획대로 백수의 길을 도전하기 위해 용기를 짜내 보았다.

어쩌면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이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실천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항상 옆에서 함께 일했던 아내가 나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언감생심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내일모레면 나이 50에 철근도 씹어 삼킬양 무섭게 자라는 아들까지 있는 가장에게 말이다.

누군가는 "백수의 길을 도전한다니 배가 불렀군" 하면서 이쯤에서 내 글을 패스하는 분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절대 배가 불러서 백수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인생의 2막을 살기 위한 전초전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나의 계획은 이랬다.

'백수가 되어 소득이 제로일 경우를 가정해 우리 가정이 최대 1년 정도 소비할 현금을 계산하여 생활비 통장에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모두 주식투자에 올인하기로 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1년이란 금쪽같은 시간을 완전하게 비워 새롭게 채울 것들을 찾아보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2002년 한. 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증권회사에 공채로 입사하여 2004년까지 2년간의 증권맨 경험을 했던 것이 지금까지 주식을 해오는 계기가 되었지만 사실 주식을 통해 큰 수익을 내거나 자랑할만한 성과를 내보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계획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계획이야 최대 1년이라고 잠정적인 시간을 잡았지만 내 성격상 2~3달을 넘기지 못하고 또 무슨 일이든 시작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에 실행으로 옮기기가 수월했었을 것이다.


보통은 이러한 계획이 크게 성공한 뒤에 그 과정이나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혹은 실패하여 얻게 된 교훈을 글로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백수 도전기'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의 상황 추이와 그때그때 감정의 변화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자 현재 진행형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사실, 백수생활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글로 남겨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정확히 말하면 과거 3개월은 회상이 될 테고 그 뒤로 이어 쓰게 되는 글부터가 현재 진행형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백수 첫 달은 계획대로, 지난 2년여간 소액으로 투자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냈었던 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이 들어 비중 80% 정도로 분할 매수를 시작했다. 떨어질 때마다 단가를 낮추는 소위 물타기 방식으로 진행된 분할매수는 항상 그랬지만 성급함이 앞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주가가 평균 단가 위에서 버텨주었기 때문에 마음 편안한 한 달이었고, 곧이어 빠르게 18%의 평가수익으로 치고 나가는 바람에 내 계획과 판단이 옳았다는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시간이었다. (평가수익: 주식을 매도하기 전 현재 시점의 계좌상 수익 / 실현수익: 주식을 매도하여 생긴 실제 수익)


그렇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약세장 흐름으로 지지부진하던 주식시장은 8월 말부터는 급격한 하락세로 이어지면서 나의 종목도 평가수익을 거의 반납하는 시점까지 내려왔고, 때마침 우리 가족은 모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코로나는 정말 지독하리만큼 후유증이 길고 고통스러웠다.

약을 처방받아먹으면서 이틀 정도 열이 나고 목이 따갑다가 가라앉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코로나는 그 후로 한 달여간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키기 시작했다. 온몸의 기력은 핸드폰 배터리 잔량이 마지막 눈금 한 칸만 남아 깜빡거리듯 쇠약해졌으며, 정신적으로는 우울감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다른 무엇에게 내 몸과 마음을 점령당한 느낌으로 살았던 한 달이었다.

주식 시장은 때를 같이 하면서 지속적인 하락을 면치 못했고 내가 보유한 종목은 갑작스러운 돌발 악재가 더해져 나의 우울감은 떨어지는 주가처럼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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