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브런치를 만나다!

백수 도전기(3)

by 글짓는 베짱이
아내가 먼저 알바를 시작했다.


"시간도 남고 심심해서 낮동안만 잠깐 알바 좀 해보려고 해~ 이런 시간 알바 찾기 힘든데... 그것도 내 나이에! 너무 괜찮은데~ 오빤 어때 보여?" 하면서 이미 결정된 프랜차이즈 알바 시간을 불쑥 내밀었다. 오전에 아이 등굣길에 자기도 좀 태워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잠시 멍을 때렸다!...

"왜 어차피 심심해서 할 거면 영어나 가르치지 그래?~"라고 말했다가 곧 후회했다. 12년을 함께 학원 운영하면서 강사생활에 완전히 지쳐버린 그때의 고통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대답을 곧바로 수정해야 했다.

"아니, 정말 재미로 하는 거지?..."

나만 믿고 백수 생활을 즐길 줄 알았던 아내에게도 지나간 두 달 반은 생각과 달리 무거운 쉼이었으리라!


[최악의 수익률을 잊지 않기 위해 캡처해 두었다]

9월 말부터 바닥 다지기를 시작한 A주식은 2주째 비슷한 가격대에서 횡보하면서 한번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해가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거의 80%의 비중을 실은 A주식과 단기 스윙으로 추가 매수한 B주식도 순식간에 추풍낙엽이 되어 계좌를 시퍼렇게 물들이면서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내가 A주식에 80%의 비중을 실은 이유는 2년을 넘게 A주식을 매매하면서 깊은 사랑에 빠진 이유도 있었지만(^^;;) 재무상태의 변화와 경영능력, 가까운 미래의 에너지를 책임질 회사로 성장하리란 걸 확신했기 때문이었다.(주식 격언에 '주식은 확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A주식의 미래가치에 대해선 더 이상 의문이 없을 정도로 확신한다. 다만, 전체 주식시장과 천재지변 등의 변수만이 문제가 될 뿐이었다.)


하지만 숲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면 그 안의 나무들은 아무리 강건하게 자라난 뿌리 깊은 나무일지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세상의 이치이자 주식시장의 원리이다. 빨리 이 거센 바람이 잦아들고 내 A종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급할수록 길은 멀어지고 그래서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2년 넘게 A종목과 관련된 뉴스들을 빠짐없이 체크하면서 그동안의 분석으로는 내가 원하는 목표수익에 가까울 시기를 내년 중하순쯤으로 예상하면서 진입했던 사실도 상기시키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무언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예상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주식 시세를 보면서 생활비가 줄어드는걸 조금이라도 지체시켜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더구나 아내는 재미로 한다고는 말하지만 이미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나보다 먼저 백수라는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았던가!


이일 저 일을 찾아 기웃거리기를 며칠째 정말 우연히 [카카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명목 아래 "혹시 글을 써서 돈을 벌 수는 없을까?"라는 얄팍한 기대감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학원 강사 시절 아이들에게 수업 중 틈틈이 해주던 군생활 이야기를 언젠가 글로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기에 이틀 동안 3편의 해군 경험담을 후딱 쓰고는 심사를 기다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운 좋게 한 번에 패스가 되었지만, 그 후로 수많은 작가분들의 글을 조금씩 읽어 보면서 오히려 내 필력이 얼마나 초라하고 미흡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준비 없이 시험을 보러 가는 수험생처럼 자신감이 떨어져 해군 경험담 10편을 끝으로 당분간 글을 쓸 자신이 없어졌다.


백수의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


오전 8시에서 갑자기 오전 9시 30분으로 건너뛴 시계는 연이어 오전 11시가 되었다가 내가 안보는 사이 오전에서 오후로 시간을 바꾸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정갈한 걸음으로 초침, 분침, 시침이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한 백수의 시간은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기 위해 깔딱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듯 달력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대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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