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백수'라는 단어와 '도전'이란 단어는 결코 어울리지도 일관성도 없는 억지스러운 짝짓기였던가?!
'백수'라는 단어가 궁극적으로 '무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뒤이어 붙인 '도전'한다는 단어는 영 매끄럽지 못했다. 흠... 하긴 '도전'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반드시 성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실패의 확률이 훨씬 더 높기에 나중에 핑계를 대기 좋은 나름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영원한 백수는 아닐지라도 나 자신과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백수가 되는 과정과 결과에서는 완전한 실패가 맞는 것 같다. 1년이란 시간을 백수로써 유유자적 즐기며 아니,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적응하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그것을 발전시키는 상상을 해왔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백수로써의 시간은 참으로 불안정하고 불편했으며 때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한 달은 오히려 백수를 탈피하기 위해 수많은 상황들을 고민하고 갈등하며 무던히도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시간들이었다. 천천히 아주 차분하게 인생의 제2막을 고민하고, 찾아보고, 준비하여, 떡하니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싶었던 희망과 꿈은 보기 좋게 꼬꾸라졌다. 계획보다 재빠르게 줄어드는 생활비 통장 잔고와 기대에 못 미치는 주식투자의 현재 수익률과 거시경제의 암울한 추락,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엄습하다 못해 삼켜버리고 말았다.
나는 어느샌가 몇 군데 학원 매물을 보기 위해 돌아다녔고 또, 10여 군데의 학원자리를 비교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빠져나오고 싶었던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면서 "역시 내가 잘 알고, 잘하고, 자신 있는 일은 아이들과 대면하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다 수많은 고민 끝에 조건이 가장 맞는 한 학원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계약을 하기 전 먼저 가계약금을 넣기 위해 매도하는 학원장의 계좌번호까지 받았던 나는 입금을 하기 바로 직전에 마음을 바꾸었다. 학원의 위치, 주변 가구수, 경쟁상대 학원수,... 등등의 고민은 이미 수십 번도 더한 터라 변심한 마음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었다. 가장 큰 변심의 이유는 내가 처음 학원을 개원했었던 2007년과 같은 자신감과 설렘이 아니라 초조함과 조급함에 떠밀려 결정지으려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 위해 앞서 달리던 급한 마음의 뒷덜미를 붙잡아 끌어다 제자리로 갖다 놓기로 했다.
그랬더니, 울렁이던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면서 숨차게 뜀박질하던 두뇌도 온도를 떨어뜨리며 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그 이성을 붙잡고 나는 이렇게 속삭였다.
“성격상 너는 백수와는 안 어울려! 일단, 무슨 일이든 가볍게 도전해 보는 거야... 알았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과 마주하다 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거나 혹은, 나의 천직은 역시 학원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날 며칠 구직사이트를 쥐 잡듯 뒤지다가 집에서 5분 거리의 위치에 있는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간단한 자격증 취득까지 포함하여 3차에 걸친 면접을 통과하고 오늘 계약서를 작성해 버렸다.
오늘로써 나의 [백수 도전기]는 끝맺음을 해야 할 것 같다. 실패로 돌아간 백수 생활이 후회만 남는 것은 아니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여유롭고 충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긴 하다. 만약 새로운 일에 부적응하여 빠른 기일 안에 다시 백수로 돌아 올지라도, 그때는 [백수 도전기]라는 어색하고 조금은 건방진 표현은 쓰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백수 도전기]에서 간간히 다루었던 주식투자 과정은 별도로 다루어볼 생각이다. 재미있든 재미없든 혹시 어떻게 돼 가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투자 과정을 글로 정리해 놓으면 나에겐 썩 괜찮은 주식투자 일기장이 되어 다음 투자를 위한 좋은 참고서가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참고로 오늘 [주식 B: 중기 투자목적]는 오전장에서 결국, 수익률이 +4%를 찍는 귀염을 토했다. +10% 이상이 되면 지난번 약속대로 잘근잘근 씹는 매도로 일단 수익을 실현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백수 도전기]를 읽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