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의 정석

by 잡다구리

회사에서 하루 동안 회의를 몇 개나 하는지 세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우스개로 회사에서 없어져야 할 '3M'이 있다고 했다. 바로 Meeting, Meeting, Meeting이다. 그만큼 회사에는 수많은 회의가 존재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회의만 계속 다닌 적도 많다.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은 저녁이라야 할 수 있다. 이러니 야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직장인은 회의가 끝나면 투덜대기 일쑤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결론이 없어." "도대체 나는 회의에 왜 참석하라고 한 거야." "왜 이렇게 회의를 오래 하는 거야." 회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을까.

사회 초년생 때는 대부분 직장 상사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다. 보고 배운다는 것이 참 무섭다. 나는 나중에 저 위치에 가면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 위치에 가면 똑같이 하니 말이다. 3~5년 정도 함께 일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물드나 보다. 이래서 첫 직장과 그곳의 직장 동료가 무척 중요한가 보다.


주변 동료로부터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선배들이 회의를 어떻게 주관하는지 관찰한 내용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들은 회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오늘 회의의 배경은 말이죠"라고 운을 뗀다. 한창 일하다가 회의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참석하거나 회의 일정이 오래전에 잡힌 거라면 이 회의가 뭣 때문에 있는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시작 전에 회의 목적을 환기하면 참석자가 회의 자체에 집중하여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목적에 맞는 이야기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 사실 이것만 해도 동료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관자가 회의 목적을 이야기하고 나면 참석자를 한 명씩 소개해 준다. 회의에 들어가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있을 경우 '쟤는 누군데 여기 있어'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회사 규모가 크고 작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간략히 알려주면 '아, 그래서 저 사람이 여기 있구나" 이해가 된다. 회의에 꼭 필요한 사람만 모여있다는 것을 알아채면 무언가 신뢰가 생기는 기분이 든다. 주관자는 참석자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파악하도록 하자.


회의를 하다가 나오는 이야기 중에는 참석자끼리만으로 논의가 어려울 때가 있다. "아, 그 문제는 OO 부서의 김 과장님이 아세요."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당장 김 과장을 회의에 참석시킬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김 과장이 노는 사람이 아닐 확률이 크다. 김 과장이 없다고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면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나고 주관자가 참석자를 제대로 선정하지 않아 애꿎은 시간만 뺐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는 주관자가 회의 석상에서 김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참석자들이 들을 수 있게 통화한다. "김 과장님, 지금 OOO 때문에 회의 중인데 김 과장님이 OOO에 대해 아신다고 해서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리고 이거 스피커폰으로 다른 분들도 듣고 계세요." 이렇게 대처하면 나중에 회의를 위한 회의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그들은 회의를 끝내기 전에 항상 결론을 요약해서 참석자에게 상기해 준다. 회의의 결론이란 것은 뭘까. 일 잘하는 그들이 말하는 회의의 결론이란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한다'이다. 회의가 끝났는데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가 없다면 그 회의는 하지 말아야 했다. 혹은 회의 대신 메일이나 전화로 대체 가능했을지 모른다. 회의가 끝나면 자리로 돌아와 회의록을 작성하여 참석자와 그들의 상사에게 메일을 보낸다.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다음 날 보내는 경우가 없다. 끝으로 회의의 결론으로 나온 '누가 언제까지 하기로 한 일'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회의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기업 문화가 달라 이렇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범답안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장인들이 효율적이 못한 회의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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