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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Sep 14. 2024

TO THE FAR EAST IN ASIA (EP15)

grano de arena


문지방에는 서리가 끼어 잘 열리지 않는다. 굳어버린 다리를 들어 힘겹게 문을 여니  교방을  관리하는 관노비가  싸리 빗자루를 들고 엉거주춤 눈을 쓰는 척을 한다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 있구먼." 

"화심 애기씨, 끼니 때문에 온 게 아니구, 누가 찾는구먼. 교방에 기녀들한테 창호지 대는 자인데 자네를 찾는구먼. 자네도 창호지 갖다 쓰고 입딱은 거 있나?"


생전  모르는 소리를 하지만   잠시  느낌이 다른 것이 느껴져  관노비 뒤쪽 평상을 슬쩍 쳐다본다.  열대여섯 살 먹은  사내 아아와  땅바닥에 구른듯한 차림에  남정네가  내쪽을 쳐다보고 있다


날씨는 벌써 어두워져  인적이 드문 교방 앞마당에는  그 흔한 등불조차 없어  어둠이 깔려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밤이어서  그 사내들은 눈 속에 서 있는 나무처럼 얼어붙은 얼굴로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어이 진가놈아, 얼른 와. 다른 놈들 보기 전에 싸게 오라니까."


한쪽다리를 절면서  한  사내가 눈 덮인 계단 위를 힘겹게 올러온다. 짧은 숨을 내쉬며

땀에 의해 그의 몸에서는 흰 연기가 품어 오른다


"화심이... 아니 화심 아기씨여?"

"난 화심은 아니지만 여기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오."

 "이 밤중에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소?"

"고갯길 주막 주모가 이걸 전달해 달라 그래서 왔소."


 그 사내는  주머니에서  곱게 싼 종이 뭉치를 꺼내 나에게 준다

"무슨 분칠 할 때 쓰는 꽃가루라는데 날 잘 모르겠구먼."

"이걸 그 왜 주모가 나한테 준단 말입니까?"


나는 당황스러움 반 그리고 기대감 그리고 불안감이 동시에 교차하였다

 "난 모르겠구먼. 난 전달하였수다."

 

계단 밑에서  관노비가 눈을 쓰는 둥 마는 둥 하며  소리를 친다

" 진가놈아. 어서 가게. 나 문 닫아야 하니께"

"덕신아, 덕신아 어디 있노. 이놈아, 어서 지게 지고 가자."

"아부지, 갑니더. 나 부엌에서 동치미 국물 좀 얻어먹었심더."


 문밖에서는 남정네 소리로 씨끌번쩍하다. 곰곰이 앉아 생각을 해본다.

누가 나에게 이 종이  뭉치를 주었는가?

이러한 구렁텅이에서 날 구원해 줄 수 무언가가 있을까?


종이 뭉치를 조심 스레 펼쳐보았다.

안에는 약간의 흙과 종이 안에 설단축시라고 한글로 휘갈겨 적혀 있었다


" 설단이 가 설단이 가  여기에  있었구나"

얼어붙은 얼굴에 터져버린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내 볼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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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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