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oon Koo Oct 23. 2022

내 인생의 반려 그림

미술 작품이 컬렉터에게 가는 길

반려 그림


요즘 ‘반려 동물’, ‘반려 식물’를 시작으로 ‘반려’는 우리 삶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반려 그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인생의 의미, 나라는 개인의 감성과 정체성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그림, 또는 나에게는 낯선 느낌 또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익숙하지 않음에 반해 소장하게 되는 그림, 가족 모두가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그림, 힘든 마음에 위로를 주는 그림 등등 반려 그림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갤러리스트는 중매인(중개인)


갤러리스트의 다양한 업무들(전시 기획, 아트페어 준비, 작가와 비평가 미팅, 도록 제작 등등) 중 가장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은 작가의 작품을 컬렉터에게 전달해줄 때이다. 산모가 산고 끝에 낳은 아기처럼 작가의 창조물(창작품)을 앞으로 더 긴 시간 함께 생활하며 사랑해줄 컬렉터에게 전해주는 그 시간이 가장 보람이 있다.


요즘은 ‘아트테크’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미술 투자 붐이 일고 있어서 미술 작품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투자를 위해 작품을 소장하는 분들도 늘고 있지만, 내 인생을 함께 할 ‘반려 그림’을 만나는 일에는 투자 개념보다는 제각각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미술 시장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가족 같은 예술 작품을 만나는 것은 운명 같은 필연이 따른다는 것을 그림 중매인(중개인)으로써 늘 보게 된다.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갤러리에 놀러 온 부부가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사무실에 걸린 ‘눈이 없는 개’라는 고현정 작가님의 작품을 보더니 무언가에 홀리듯 소장을 원하셨다. 사연을 들어보니 갤러리에 방문하기 하루 전 12년간 키운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었다. 반려견은 유기견을 입양하여 키운 아이로, 바로 전 날 화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작은 그림을 품에 안고 가시면서 마치 그 아이를 품에 안고 가는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 한참 생각이 났다.


팬데믹이 오기 전에 홍콩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여했던 당시 작품을 소장한 젊은 부부도 생각이 난다. 아트페어 부스에 크기는 작지만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정윤경 작가님 작품 앞에서 커플은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작품을 데려가고 싶다고 하기에 사연을 들어보니, 부부는 불임으로 좀 의기소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림에서 생명력과 희망이 느껴진다며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렇듯, 작품을 작가에게 받아서 컬렉터에게 전달할 때 소장하는 분의 내밀한 감정과 사연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으로 말로는 참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다.


Match made in Heaven


천생연분을 표현하는 말로 서양에서는 하늘에서 맺어주었다는 뜻으로 ‘Match made in Heaven’이라고 한다. 내 인생에 함께할 천생연분 같은 ‘반려 그림’은 그럼 어떻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1. 평소 ‘나’에 대한 탐구를 한다. 나는 어떤 색상을 좋아하는지, 풍경화가 좋은지 인물화가 좋은지, 추상화에 끌리는지 극사실주의에 끌리는지, 페인팅이 좋은지 조각이 좋은지 사진 작품이 좋은지. ‘반려 그림’과 운명처럼 만나는 첫걸음은 나의 취향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2. 작가의 작품이 독창성이 있는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지, 미술관 학예사와 비평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철학을 담고 있는지, 동시대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 작품에 대한 이해를(공부를) 하려고 노력해본다.


3. 작품이 나 그리고 나의 가족과 닮은 점이 있는지, 앞으로 함께 생활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입양을 결정한다.


작품이 예술가를 통해 탄생하고 컬렉터에게 가서 사랑받는 ‘반려 그림’ 이 되는 인연의 중개자로 나는 바로 다음은 어떤 그림을 주선하게 될지 늘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에게 갤러리는 꼭 필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