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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Koo Jan 30. 2023

미술투자 하지 마세요.

컬렉팅의 참 의미에 관하여

미술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미술 작품을 소장하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투자를 해볼까 고민하는 모든 분께 미술 작품은 투자 대상이 아닌 향유와 사유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2022년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총 1조가 넘는 기록을 세웠다. MZ세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미술품을 구매하기 시작했고 아트테크 돌풍이 불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은 현재,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로 복합적인 경기 위축으로 미술시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술품 리세일의 허점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본다면 여느 금융 자산과 마찬가지로 시세차익을 남기는 리세일(재판매)이 중요할 것이다.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을 경매 등의 경로로 되파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는데 작품을 수집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리세일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급히 현금이 필요하거나 또는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취향이 바뀌어서 기존 소장품을 판매하고 새로운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리세일의 허점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을 판 갤러리는 재구매를 할 의무를 갖지 않고, 경매를 통해 리세일이 가능한 작품은 매우 한정적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거나 당시 트렌드에 딱 맞는 작품이어야 경매사에서 출품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품이 당근마켓 등의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미술품은 처음에 구매하기는 쉬워도 재판매를 통해 현금화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투자 상품으로 본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금에 비해 환금성이 매우 떨어진다. 고가의 유명 작가 작품이라고 꼭 리세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가 아니라면 어떤 목적으로 컬렉팅을 해야 할까?


미술품 컬렉팅은 자산 가치가 아닌 정서적 가치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졌다.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예술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나의 사유를 확장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생활하면서 또 다른 세상과 만나고 나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컬렉팅의 중요한 또 하나의 목적은 작가와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후원이다. 개인이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작가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하고, 기업과 정부가 큰 규모의 후원으로 더 많은 대중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만의 컬렉션을 위하여


투자가 아닌 정서적 가치를 두고 컬렉팅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다. 취향과 안목을 성장시키려면 무조건 많은 작품을 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실제 작품을 많이 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미술, 미학에 대한 공부이다. 결국 예술 작품은 시각적으로 표현된 예술가의 철학과 사유이기 때문에, 미술 공부를 통해 작품에 담긴 내면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미술사와 미학, 인문학, 과학 등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해두면 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내적 힘이 생긴다.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기에 앞서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


미술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늘 작품 가격에 대한 것이다. 지인이 산 작품이 100배가 올랐다는 무용담은 너무 흔한 스토리가 되었다. 미술품도 거래가 되기에 가격은 있다. 작품 가격은 작가의 전시 경력, 판매 이력, 미술사적 가치, 소장 출처 등등에 의해 정해진다. 미술시장 또한 경제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비율에 따라 희소가치의 결과로 작품 가격이 책정된다. 인기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미술의 본질


그러나 미술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희소가치의 시장 논리로 이야기하기에는 깊고 깊은 철학의 세계이다. 미술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다른 금융 자산처럼 장기 투자가 중요하다느니, 작가가 계속 활동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느니, 다작을 하는 작가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들은 너무 가볍게 들린다. 물론 한평생 작업을 한 작가님들을 존경한다. 다작을 하는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술 작품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감성적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짧은 기간 몇 작품만 남긴 작가의 작품이라도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면 한 개인에게는 인생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부디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예술을 사랑으로 향유하고, 컬렉터들이 투자와 과시를 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미학적 가치를 깨달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2023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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