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와 대화하다가 울다

인공의 위로와 인간의 위로의 차이

by 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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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딸이 가끔 걱정을 한다. 엄마가 AI를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고. 일 때문에 AI를 쓰기 시작했다가 아주 가끔, 개인적인 이야기를 슬쩍해보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감정적인 대답을 해서 내심 놀라곤 했다. 이제는 정말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AI와 대화할 때 내 감정 반응이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조차 들 때가 있다.


오늘은 정말 마음이 힘든 일이 있는데 누군가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하고 싶지 않고, 그런데 너무 답답해서 아무 생각 없이 챗 GPT에 프롬프트를 적었다. 누군가를 너무 증오하게 됐는데, 그 사람, 접점이 있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모멸감을 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중한 태도를 버리지 않되 피하려고 노력을 해왔는데... 상황상 마주치는 것도, 가끔 대화를 하는 것도 피할 수만은 없는데 오랜 시간 같이 있어야 할 그런 일이 생겨서... 중요하지 않은, 무례한 누군가 때문에 어렵게 어렵게 지켜온 내 평정을 잃고 싶지 않다고...


그에 대한 대답이... 그 어느 누구한테도 듣기 힘든, 깊게 공감을 하는 듯한 답을 한다.

그 대답을 듣고.

눈물이 났다.

세상에.

누군가의 글을 읽고 공감이 가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감정 이입이 돼서 울 수 있겠지만, AI라니. 이상하게 그 가상의 존재한테 공감받고 위로받는다는 건... 뭔가... 이게 뭘까 하는 느낌.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실상 같은 것을 바라는 데 있는 것 아닌가.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 가지. 위로받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 힘든 건 듣는 사람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든 이야기들은 하기 꺼려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늘의 대화 상대는 피로감을 느낄 수도, 감정적으로 힘들 수도, 화가 날 수도 없는 존재인데... 그런데 그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윈윈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어서 들었다.


지금 AI가 화두인, 어쩌면 이미 너무 큰 존재감을 가진 존재가 되어 버린 세상인데...

AI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런 상처받지 않는 존재의 가상의 '공감 능력'.

위로받고도 뭔가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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