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과 거짓말

진실과 거짓, 그 얇은 구분에 대해서

by 나저씨

난 오늘 거짓말을 했다.


아니, 정확히는 반만 거짓말을 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닌데, 기분이 축 처져 아무 의욕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휴가를 낸다고 알리고 연차를 냈다.. 여기까진 거짓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 ‘개인적인 사정’을 설명하면서 약간의 양념을 쳤다. 그 양념이 바로 거짓말이었다.


만우절인 오늘, 우연히 이런 일이 생기자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한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절반은 진실이고, 절반은 거짓이니 뭐라고 단정하기 애매하다. 그렇지만 내 기준은 조금 다르다. 99.9%가 진실이어도 0.1%의 거짓이 섞여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얀 천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 한 방울로 더 이상 그 천은 완전히 하얗지 않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진실과 거짓을 이렇게 나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 지점이 있다. 사람들이 늘 악의를 가지고 거짓을 섞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경우, 본인은 그걸 진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럼 이건 진실일까, 거짓일까. 내 기준에선 이건 진실이다. 그 사람은 그걸 진실이라 믿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결혼 생활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믿는 ‘진실(사실은 거짓일 수도 있는)’에 갇혀 상대를 바라봤던 건 아닐까. 그리고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어쩌면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각자가 믿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고개를 들고 있던 후회의 감정이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나와 전처 사이에도, 진실이라 믿었던 거짓들이 쌓여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우절, 그리고 거짓말. 이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나를 다시 과거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만들 줄은 몰랐다. 역시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조금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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