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가까이 두고, AI는 더 가까이 두라

AI를 대하는 어느 글 쓰는 작가의 마음가짐

by 나저씨

영화 <대부 2>를 보면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실 적을 내 곁에 더 가까이 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내가 모르는 곳에 방치하는 것보다는 내 옆에 두고 감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나는 이 전략을 인공지능(AI)에게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약진으로 우리의 삶은 매우 편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능력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치명적인 상실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예전에는 인공지능이 쓴 글을 사람들이 쉽게 분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차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글을 매끄럽게 쓴다. 특정 전문 분야에서는 인간보다 더 논리적인 글을 써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글을 잘 쓰게 되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은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점점 줄여 가고 있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나에게 직접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볼 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챗GPT나 제미나이가 제안하는 표현이나 문구를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내 브런치 글쓰기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글로 풀어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억지로 글을 써도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빈 모니터를 마주하고 글을 쓰려할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생각을 멈춘 채 인공지능에게 생각을 외주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인공지능에게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공지능은 나의 친절한 친구가 아니라 내 고유의 사색을 갉아먹는 ‘적’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내가 세운 원칙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에게 대신 생각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을 인공지능과 토론하며 발전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브런치 글을 쓸 때 초안만큼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인공지능은 오직 교정의 용도로만 제한했고 내 원문의 톤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만 문장을 다듬도록 했다. 그렇게 나는 인공지능을 내 삶을 지배하는 주인이 아니라 철저히 보조하는 ‘조력자’의 위치로 끌어내렸다.


그러던 중 매번 교정을 위해 비슷한 프롬프트를 반복해서 입력하는 것이 번거로워 이를 자동화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코딩의 ‘코’자도 모르는 나에게 자동화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다행히 코딩 지식이 없어도 일상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사용 원리를 이해한 뒤 실전에 돌입했고 내 글을 교정해 주는 자동화 웹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내가 바이브 코딩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웹에서 구동되는 코드가 완성되었다. 덕분에 나는 번거로운 프롬프트 입력 과정 없이 나만의 규칙이 적용된 교정 프로그램을 갖게 되었다. 물론 원하는 형태로 다듬기 위해 두 시간 정도 수정을 거치긴 했지만 나는 단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짠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바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코드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나는 확신했다. 인공지능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면 내 옆에 두고 나를 보조하는 ‘우호적인 적’으로 만들자고 말이다. 나는 여전히 인공지능을 나의 사유를 위협할 수 있는 ‘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 적을 배척하기보다 내 편으로 길들여 부족한 능력을 보강하는 무기로 쓰는 것. 그것이 이 강력한 도구를 대하는 가장 지혜로운 생존 방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심히 해봤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의지로 내 능력과 위치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우리 스스로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체하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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