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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내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그 날의 이야기

[Review #46] 너도 '최악의 하루'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스크린 뒤로 소복소복 쌓이는 흰 눈을 보았던, 우리들의 '최악의 하루'


지난 토요일, 흰 눈 나리던 날.

너비조아 가족들은 하나 둘, 을지로 3가에 위치한 호텔 수선화에 모였습니다. 누군가는 맥주 한잔을 마시고, 누군가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즐긴 '최악의 하루'.


스크린 뒤로 내리는 흰 눈과, 차가운 바람을 녹여주는 따듯한 커피 한잔, 달그락 거리는 잔소리도 거슬리지 않았던 그 날, 과연 우리는 과연 '최악의 하루'를 '최고의 하루'로 바꿀 수 있었을까요?



을지로에 위치한, 고즈넉하면서도 트렌디한 카페 '호텔 수선화' 에서 진행한 씨네토크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진짜' 이야기.


"영화 속, 거짓말을 안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런 거짓말을 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더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 같았어요. 이 사람에게 이런 태도를 저 사람에게는 저런 태도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태도도 바뀌잖아요. 굳이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단지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어쩌면 우리도 우리 인생에서는 연극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했어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나는 2016년에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떠올려봤어요. 가장 많이 했던 거짓말을 되뇌여보니 '괜찮아'였어요. 누가 물어봐도 괜찮다고, 스스로도 괜찮다고, 그냥 묻는 말에 생각도 안하고 버릇처럼 괜찮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는데 말이죠. 올해는 그 말이 거짓말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공감이 갔던게, 제가 저런 상황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었어요. 거짓말을 한게 아니라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만요. 때로는 침묵이 거짓말이 될 수 있더라고요"



영화 '최악의 하루' 中 - 료헤이와 은희의 첫 만남


그녀는, 그는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보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어쩌면 이 영화는 최악의 하루를 보낸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항의'가 아닐까?' 관객들의 흥미를 위해 주인공을 '위기'로 던져놓기만 하는 작가는 처음으로 해피엔딩으로 작품을 끝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눈 속에서 '그녀'가 걸어오죠. 그리고 관객들에게 하는 듯한 말로 걱정말라고,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일 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안도한 이유는 그 결말이 그녀의 될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 아닐까해요."


“거짓말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무기인 것 같아요. 은희는 두 남자 모두에게 진심이었고 진실했지만, 결국 그녀가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신뢰하기에는 상대의 진심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요?”



2016년 나만의 최악의 하루


"2016년에는 대부분 의미있는 시간들이 많았기에, '최악'이라고 칭할만한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굳이 찾자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가 삐끗한 이야기들 정도? 그러나 그런 시간들 역시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좋은 한 해의 마지막을 누군가와 함께 할 일이 없었다는 점도 저로써는 아쉬웠어요.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마지막이 좋으면 다 좋다고 말했다는데 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생각해보면 매번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항상 끝이 아쉬운 하루, 그런 시간, 매번 ….

 어쩌면, 그 자체가 최악인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밍숭맹숭, 끝이 개운하지 않은 차 같이. 하지만 그렇게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중요한 팀 발표 전날 새벽 난데없이 폰이 깨졌어요. 발표가 1교시여서 알람이 필요했던 데다가, 발표 자료도 휴대폰에 있었고, 다음날 볼 영화표도 있었고, 백업하지 못한 사진과 음악들도 모두 다 …."


"12월의 어느 날, 일과 사람 때문에 너무 지쳐서 피곤해하다가 결국 엉엉 울고 말았던 날이 기억나네요."

.

.

'네가 나였을 때 난 아니었고, 내가 너였을때 넌 아니었고.

그걸 서로 알게된 날.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된 날.'



달이 참 밝네요.


스크린 뒤로 소복이 쌓이는 흰 눈을 보았던, 우리들의 '최악의 하루'.

집에 돌아가는 길, 가로등 불빛으로 내리는 눈을 보다 깨달았습니다. 오늘 우리의 하루는 ‘해피엔딩’ 이라는 것을요. 2017년에는 모두, 부디 평화로운 나날들이길.



※'너비조아' 상영회 리뷰는 상영회를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함께합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너비조아)'는 매력적인 낯선 사람들과, 영화에 맞는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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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 https://www.facebook.com/same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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