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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성 Feb 23. 2020

오래전의 교육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워서 지금의 내 인격, 성격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이력서에 들어가는 어디 학교 몇 년, 어느 학위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학교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토록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 뭔가를 의미할 것이다.     


예전 글을 들춰보다가, 내가 행군 훈련 후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가 수백명 앞에서 건배를 제의했다는 기록을 보았다. 이십대 중반 하급장교였을 때 일이다. 나는 무르익은 분위기의 절정에서 저렇게 행동했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지금은 이런 객기를 부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가끔 뜨악하고 엉뚱한 일을 벌려왔다. 


그리고 저 건배 제의 후에 중대장이 불러서 듣기 싫지 않게 주의를 주었다. 그 때 나는 재빨리 내 실수를 알아차렸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주의를 주는게 참 고마웠다. 그 이후 내 행동에 어떤 신중함이 생겼고, 난 그것이 싫지 않았다. 지금도 신중함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래전의 저 교육이 없었다면  훨씬 더 무분별하고 종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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